
종합병원 직원들이 갑작스런 발작으로 병원 에스컬레이터에 쓰러져 있던 20대 뇌전증(간질) 여성 환자를 병원 매뉴얼에 의거, 응급조치를 취해 구조한 사연이 알려져 주위를 훈훈하게 했다.
평소 병원 안전매뉴얼 교육에 중요성을 다시금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였다는 주변의 평이다.
부산 온병원(병원장 김동헌·전 대한외과학회 회장)은 “지난 5월 30일 금요일 오후 5시 외래진료를 보고 귀가하던 20대 뇌전증 환자가 2층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가던 중 발작을 일으켜 쓰러졌고, 때마침 이비인후과 진료를 보고 그의 뒤를 따르던 이 병원 권재현 기획실장이 이를 목격하고, 곧바로 에스컬레이터를 중지시키고 1층 로비 바닥에 쓰러져 있던 간질 환자에게 원무과 직원들과 함께 달려가 급히 응급실로 이송해 무사히 응급조치를 받게 했다”고 4일 밝혔다.
온병원 응급센터 고영환 과장은 뇌전증 사고환자에게 두부 CT 및 심전도, 혈액 검사를 통한 심장 검사 등을 시행한 결과, 다행히 특이사항 없어 같은 날 저녁 8시 20분 퇴원했다는 것이다.
사고 당시 권재현 기획실장은 이 병원 2층의 이비인후과에서 외래 진료를 받은 뒤 인근 약국에서 약 처방을 위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던 중 앞에 있던 뇌전증 여성이 갑자기 계단 위에서 쓰러지는 바람에 긴급히 보안팀 신승우 직원에게 연락해 에스컬레이터를 멈추게 했다.

병원 안전 매뉴얼대로 환자의 추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권재현 실장과 원무팀 직원들은 환자의 기도부터 살펴본 다음, 이상 없음을 확인하고 근처 주사실에서 가져온 침대로 사고자를 지체 없이 응급실로 이송했다.
해당 뇌전증 환자는 사고 당일에도 예전 간질 발작으로 생긴 안면부 찰과상을 치료하기 위해 혼자 성형외과에서 진료 받고 귀가 중이었다.
다행히 계단에서 쓰러진 환자는 1층 바닥으로 굴러 떨어지지 않았고, 두부 CT검사 등 결과에서도 뇌출혈 등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 안정을 취한 다음 혼자 귀가했다.
20대 여성인 뇌전증환자는 지난 2013년 11월부터 뇌전증으로 온병원 신경과 노순기 부원장을 주치의로 진료를 받아왔다.
뇌전증 명의로 알려진 노순기 부원장의 명성 덕분에 전국의 뇌전증 환자들이 온병원으로 찾아오자, 병원에서는 발작 등 뇌전증 환자의 응급상황 발생에 대비한 직원 조치매뉴얼을 마련하고 이행해왔다.
뇌전증 환자 발작시 병원 안팎에서 실천할 수 있는 온병원의 안전대응 매뉴얼에는 △먼저, 경련과 함께 몸을 격렬히 움직이니, 주변의 위험한 물건을 치우고 날카롭고 단단한 물건은 환자와 먼 곳으로 치운다 △둘째, 토사물로 호흡이 곤란할 수 있으니 환자를 옆으로 눕혀 기도를 확보하고, 목을 조일 수 있는 넥타이, 배를 조일 수 있는 벨트는 느슨하게 해 준다 △셋째 발작이 멈추고 완전히 깨어날 때까지 옆에서 지켜보며, 발작이 5분 이상 지속될 시 119에 신고하여 의료기관에서 조치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사고 당일 환자 구조에 참여하는 권재현 기획실장과 원무팀 직원들은 “평소 간질환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병원 안전 매뉴얼을 충실히 숙지해와 당시 발작 상황에서 신속하고 정확한 대응이 가능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온병원 직원들은 “시민들도 심폐소생술처럼 간질발작에 대한 대처 방법을 미리 숙지하고 연습해 두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온병원 뇌신경센터 노순기 센터장(신경과전문의)은 “대부분의 간질성 발작의 경우 30초에서 2분정도 지속되고 저절로 회복된다”면서, “억지로 환자를 움직이지 못하게 하면 근골격계가 다칠 수 있으니 그대로 지켜보고, 함부로 물을 먹이면 기도로 유입되어 흡인성 폐렴 등이 발생할 수 있으니 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