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기가 만료된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정부 조직재편 직후 에너지 공기업 사장 인선이 줄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 손질 의지가 확고한 만큼, 임기가 남은 기관의 사장들 역시 안심하기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19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황주호 사장은 최근 정부에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 사장은 지난달로 임기 3년이 만료됐지만, 후임 사장 인선 절차가 진행되지 않아 그대로 자리를 유지해 왔다.
다만 사장 인선 절차가 수개월이 소요되는 가운데, 현재 정부기관 조직재편까지 더해지면서 황 사장이 떠난 한수원은 당분간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출신인 황 사장은 윤석열 정부였던 2022년, 비(非)관료 출신으로서 한수원 사장에 임명됐다. 원전 사업을 주도하며 약 24조원 규모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을 수주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 과정에서 원천기술을 주장해온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에 원전 1기 수출마다 약 1조1400억원의 물품·용역 구매료와 기술사용료를 지급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져 ‘불공정 계약’ 논란이 일었다.
황 사장의 사의 표명 역시 이러한 논란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불공정 계약을 이유로 황 사장에 대한 사퇴를 꾸준히 압박해 왔으며, 대통령실 지시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는 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와 맺은 계약의 적법성에 대한 진상조사에 나선 상태다.
황 사장을 시작으로 정부 조직재편이 마무리된 직후 에너지 공기업 사장 인선이 줄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 정부가 이전 정권에서 수립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재검토해 12차 전기본에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만큼,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과 결을 같이 할 수 있는 인사가 동반될 것이란 관점에서다.
주요 에너지 공기업 및 공공기관 중에선 전력거래소가 정동희 전 이사장의 사퇴 이후 지난 3월부터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돼 왔으며, 한국에너지공단 역시 임기가 만료된 이상훈 이사장이 후임 사장 인선 지연으로 인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은 이달 4일 임기가 만료됐지만 후임 사장 인선 절차가 이어지지 않아 일단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21년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김 사장은 윤석열 정부에서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맡아 임기를 1년 연장했지만, 최근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데다 여당의 반발이 거세 후임자가 결정 되는대로 퇴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 정용기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이 오는 11월,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12월 각각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친윤(친윤석열)’으로 분류되는 정 사장과, 윤석열 캠프 활동 이력이 있는 최 사장 모두 현 정권에서 임기를 마무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한편, 아직 임기를 1년여 남긴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과, 취임 1년을 조금 넘긴 발전자회사(한국중부발전 등) 5곳의 사장들 역시 에너지 정책의 거대한 변화 속에 남은 임기를 보장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한전을 비롯한 한수원, 발전자회사 등은 정부 조직재편에 따라 환경부 산하로 이관됐으며, 특히 발전자회사 5곳의 통폐합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앞서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2040년까지 석탄발전소를 모두 폐지하는 대선 공약을 현실화하려면 5개 발전 공기업을 어떤 방식으로 구조조정 해야 하는지 가급적 조기에 결정해야 한다”면서 “조금씩 규모를 줄여나가는 방법이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발전 자회사들을 묶어서 줄이고, 신규로 재생에너지 사업을 맡도록 전환하는 방법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 5개사가 통폐합하는 과정에서 사장단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