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4.5일제 입법 시동…‘억대 연봉’ 은행원, 총파업 선봉

주 4.5일제 입법 시동…‘억대 연봉’ 은행원, 총파업 선봉

기사승인 2025-09-20 06:00:04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정부가 연내 ‘실노동시간 단축 지원법’ 제정을 추진하면서 주 4.5일제 도입을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과거 주5일제를 가장 먼저 도입했던 금융권이 이번에도 변화의 선두에 설지 주목된다.

법제처는 지난 17일 발표한 ‘국정과제 입법계획 및 추진방안’에서 실노동시간 단축을 추진하고 국가 지원 근거를 마련하는 ‘실노동시간 단축 지원법(가칭)’을 연내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법에는 노동시간 단축을 도입한 기업에 세액공제 등 인센티브를 주고, 근로시간 감축으로 추가 고용이 발생하면 각종 지원을 제공하는 내용이 골자다. 정부는 내년 포괄임금제 금지 입법 및 연차휴가 저축제 도입 등을 계획하고 있다. 2027년 이후에는 주 4.5일제를 확산하기 위해 본격적인 사회적 논의를 추진할 방침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인 한국 노동시간을 대폭 줄여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2022년 기준 한국 임금근로자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1904시간에 달한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719시간)보다 185시간 길다. 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보다 노동시간이 긴 국가는 콜롬비아, 멕시코, 코스타리카, 칠레, 이스라엘 등 5개국뿐이다.

이재명 정부의 목표는 오는 2030년까지 한국의 노동시간을 OECD 평균 이하로 낮추는 것이다. 주 4.5일제는 이를 실현하기 위한 대표적 방안이다. 법정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에서 48시간으로 줄여 금요일 오후를 휴식으로 보장하는 제도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김형선 위원장이 8일 서울 중구 금융산업노조상황실에서 9.26 총파업 기자간담회를 열고 주 4.5일제 도입 등을 주장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노조, 총파업 카드 꺼내

금융권은 주 4.5일제 논의 중심에 서 있다. 금융노조는 올해 산별중앙교섭에서 주 4.5일제 전면 도입, 임금 5% 인상, 정년 연장, 신규 채용 확대 등을 요구하며 사측과 38차례 교섭을 벌였으나 합의에 실패했다. 사측은 주4.5일제 도입에 부정적 입장과 2.4% 임금 인상안을 제시하며 평행선을 달렸다. 

노조 측은 주4.5일제 도입이 저출산, 청년실업, 지방소멸 등 구조적 사회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핵심 해법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사측은 고객 불편과 사회적 공감대 부족, 조직 내 불균형 등을 우려하고 있다.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해 조정중지가 결정됐다. 이후 지난 1일 실시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94.98%의 찬성률로 총파업을 확정했다. 이번 총파업은 지난 2022년 이후 3년 만이다. 

노조는 26일 총파업에 나서기 앞서 오는 24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 앞에서 ‘총파업 돌입 기자회견’을 열고 쟁의 계획을 공식화할 예정이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법제처 발표 이후에도 사측 입장 변화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이어 “총파업 당일 은행 영업은 지부별로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국책은행과 시중은행이 함께 참여해 일괄적 대응은 어렵고, 세부 운영은 각 은행·지부가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도 포착된다. ‘억대 연봉’으로 통칭되는 금융권 고임금 노동자들이 근로시간 단축을 요구하는 데 대해 “과도한 요구”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 임직원이 올해 상반기 수령한 평균 급여액은 6350만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6050만원) 대비 4.96%(300만원) 늘었다. 월급 1000만원 수준을 넘어 연봉으로 단순 환산하면 1억3000만원에 달하는 규모다.

주 4.5일제 도입 시 은행 대면 영업시간 축소로 소비자 불편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뒤따른다. 금융노조는 이를 완화하기 위해 월~목요일 근무 시간을 30분씩 늦추는 방안을 내놨다. 통상 고객들이 영업 종료 시간에 몰리기 때문에 영업시간을 늦추면 불편이 오히려 줄어들 것이란 주장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타 업권 대비 급여가 높은 금융권이 선봉에 서는 만큼 사회적 반발이 뒤따를 수 있다”면서 “임금 인상률은 협상에서 절충이 가능하겠지만 주 4.5일제는 전면 시행보다 조건부나 제한적 시행으로 출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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