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 승리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 이재명 정부가 ‘성장 절벽’이라는 거대한 암초와 마주했다. 민간 소비는 얼어붙고 수출은 관세 충격에 휘청이고 있다. 통상 담판으로 수출 활로를 뚫고, 민생 숨통을 틔우는 일이 새 정부의 최대 과제로 꼽힌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0.2%로 역성장 했다. 4월 산업생산·소매판매·설비투자 부문이 모두 감소해 ‘트리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한국 경제의 마지막 버팀목이던 수출마저 최근 대외 여건 악화로 주저앉았다. 대미 수출은 4월 6.8% 감소한 데 이어 5월에는 8.1%로 감소폭이 확대됐다. 특히 4월부터 미국발 25% 관세가 적용된 자동차의 경우, 5월 대미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32% 급감하며 직격탄을 맞았다.
물가 상승도 민생을 짓누르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는 각각 4.1%와 3.2% 상승했다. 소비 여력은 약화했다. 올해 1분기 실질 소비지출은 전 분기 대비 –0.7%를 기록하며 2023년 2분기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금융위기 수준인 0.8%로 하향 조정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전망치를 1.0%로 낮추며 ‘한국 경제 위기론’에 힘을 실었다.
이재명 정부의 ‘비상경제대응 TF(태스크포스)’ 가동은 이같은 절박한 상황에 따른 조치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취임사에서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며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 TF를 바로 가동하겠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취임 직후 첫 행정명령으로 해당 TF 구성을 지시하며, 민생 경제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TF는 경제컨트롤타워인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한 범경제부처 위주로 꾸려질 예정이다.
정부는 경기 회복과 민생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가용 수단을 총동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경기 진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관심이 쏠린다. 이 대통령은 앞서 “추경을 신속하게 편성해서 말라 비틀어 죽는 골목 경제의 숨통을 트이게 하겠다”며 대규모 추경을 공언해왔다. 제시한 추경 규모는 최소 30조원이다. 전문가들도 실효성 있는 경기 부양을 위해선 최소 20~30조원 규모가 필요하다고 제언해왔다.
이번 추경에는 이 대통령의 공약인 지역화폐 발행, 소상공인 긴급 지원, 건설경기 활성화 등이 담길 가능성이 높다. 1차 추경(13조8000억원)이 재난복구와 일회성 사업 위주였다면, 2차 추경은 체감 가능한 내수 회복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대외적으로는 트럼프 정부와의 관세 협상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미국으로 수입되는 외국산 철강·알루미늄에 부과해온 25%의 관세를 50%로 인상하는 포고문에 서명했다. 한국 철강 수출의 13%가 미국 시장에 집중돼 있는 만큼, 수출산업 전반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여기에 오는 7월9일부터는 국가별 상호관세가 적용될 예정이다. 한국은 기본관세 10%에 상호관세 15%를 더해 총 25%의 관세가 부과된다.
미국은 오는 7월8일을 협상 마감 시한으로 설정한 상태다. 이재명 정부는 전임 정부에서 두 달 가까이 진행한 협상 경과를 검토·평가한 뒤, 단기간 내 합의를 끌어내야 하는 상황이다. 외교가에선 이달 15~17일, 24~25일 각기 예정된 G7(주요 7개국)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 정상 간 첫 접촉 가능성에 주목한다. 아울러 정권 교체 직후 대통령의 조기 방미가 관례였던 점을 고려할 때, 7~8월 중 한미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도 기회로 언급된다.
다만 이 대통령은 관세 협상에 있어 속도 조절을 시사한 바 있다. 정부는 7월8일 전 타결을 목표로 하되, 필요시 시한 연장도 검토하는 등 유연하게 접근할 것으로 예상된다. 협상 카드로는 미국이 관심을 갖고 있는 LNG 가스관 사업, 조선업 협력 등이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