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레놀 ‘자폐 위험’ 트럼프 발언 후폭풍…산부인과 “고열 산모 얼음 마사지 권할 판”

타이레놀 ‘자폐 위험’ 트럼프 발언 후폭풍…산부인과 “고열 산모 얼음 마사지 권할 판”

세계 전문가들, 트럼프 대통령 발언 반박
산부인과 의사들 “환자 동요 해결해야”

기사승인 2025-09-25 06:00:15 업데이트 2025-09-25 11:03:3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임신부의 타이레놀 복용이 자폐증과 관련 있다고 발언하면서 산부인과 현장이 혼란에 빠졌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이 발언 탓에 고열을 겪는 산모에게 처방할 수 있는 약이 사실상 사라졌다고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각)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임신부가 고열이 없는 한 타이레놀 복용을 자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임신 중 타이레놀을 복용하면 자폐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며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의사들에게 관련 지침을 곧 통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즉각 반박했다. 미국산부인과협회는 자폐와 발달장애의 원인이 복합적이며, 임신 중 타이레놀의 주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 복용만을 문제로 지적하는 것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 복용과 자폐증 사이의 연관성을 제시한 연구가 후속 연구에서 재현되지 않았기 때문에 섣부른 결론을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럽의약품청(EMA)도 현재까지는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 사용과 자폐증 사이의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국내 전문가들도 트럼프 대통령이 인용한 연구를 근거로 아세트아미노펜이 자폐의 원인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한 약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인용한 연구는 자폐증과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아동에서 미토콘드리아 이상 발생률이 높고, 아세트아미노펜을 투여한 쥐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는 내용”이라며 “논문은 연구 결과를 근거로 산모의 아세트아미노펜 사용과 태아 미토콘드리아 이상 간 연관성을 추가 연구해야 한다고만 언급할 뿐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구자 입장에서 논문을 근거로 트럼프 대통령처럼 단정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전문가들의 반박에도 산부인과 현장은 불안이 커지고 있다. 환자들이 아세트아미노펜 복용을 꺼리면서 진료에 어려움이 생겼기 때문이다. 고열이 있는 임신부에게 처방할 수 있는 해열진통제는 사실상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뿐이다.

한 산부인과 의사는 “산부인과에서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해열진통제는 가장 안전한 의약품으로 받아들여져 왔다”며 “아스피린은 출혈 위험이 있고, 다른 해열진통제도 임신부에게는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어 처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환자들이 불안해해 아세트아미노펜 해열진통제 처방이 어려워졌다”며 “열이 나는 산모에게 쓸 수 있는 약이 없어 과거처럼 얼음 마사지로 체온을 낮추도록 안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정부가 나서서 시민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명확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3일 전문가 의견과 자료를 토대로 아세트아미노펜과 자폐의 연관성을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장에서는 이 정도 조치로는 부족하다는 반응이다.

앞서 현장의 어려움을 토로한 산부인과 의사는 “전문가 의견보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의 영향력이 더 큰 상황”이라며 “한국 식약처도 EMA나 WHO처럼 명확한 입장을 내 현장 전문가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찬종 기자
hustlelee@kukinew.com
이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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