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P 매각할까…신작 출시 앞둔 펄어비스 “전략적 방안 검토”

CCP 매각할까…신작 출시 앞둔 펄어비스 “전략적 방안 검토”

인수 후 실적 부진…‘붉은사막’ 출시 앞두고 선택과 집중
웃돈 얹어 품었지만…신작 출시 앞두고 발목 잡는 CCP

기사승인 2025-09-25 06:00:05
도쿄게임쇼에 참여한 붉은 사막 이미지. 펄어비스 제공

펄어비스가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야심차게 인수했던 CCP게임즈가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며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펄어비스는 지난 2018년 9월 “MMORPG를 향한 열정, 자체 엔진에 대한 자부심 등 펄어비스와 닮은 점이 많은 CCP게임즈와 함께하게 됐다”고 밝히며 CCP 주식 100%를 인수한 바 있다.

대표작 ‘검은사막’ 의존도가 높은 펄어비스 입장에서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려다 오히려 짐을 떠안은 셈이다. 내년 1분기 출시를 앞둔 ‘붉은사막’과 개발 중인 ‘도깨비’ 등 대작 라인업에 지출할 비용이 많은 상황에서, CCP게임즈 부진은 부담으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펄어비스가 선택과 집중을 위해 CCP게임즈를 전략적으로 매각하는 카드를 만지작거릴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펄어비스 아이슬란드 법인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446억원, 순손실은 152억원으로 집계됐다. 해당 법인은 펄어비스가 이브IP를 보유한 CCP게임즈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설립한 특수 목적회사다. 당시 2525억원에 사들이면서 영업권 1608억원을 인식했다. 통상 영업권은 기업이 보유한 브랜드 파워, 시장 점유율, 숙련된 인력 보유 등 수치화하기 어려운 무형자산으로 순자산 가치보다 더 많이 지급한 금액을 뜻한다. 브랜드 파워나 IP 가치를 감안해 거액의 프리미엄을 얹었지만 이후 실적은 기대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CCP게임즈는 대표작 ‘이브 온라인’을 여전히 서비스하고 있지만 출시된 지 20년이 넘은 장수 타이틀이라는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적자를 기록하는 등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펄어비스가 공들여 인수한 북미·유럽 공략 카드가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모회사 실적에도 여파가 미치고 있다. 펄어비스 올해 상반기 연결 매출은 16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170억원에 달해 적자 폭이 커졌다. 회사 측은 1분기 실적 발표 당시 “CCP게임즈 신작 개발 비용 증가로 적자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CCP게임즈는 ‘이브 프론티어’ 등 신작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으나 성과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특히 펄어비스는 차기작으로 기대를 받고 있는 ‘붉은사막’과 ‘도깨비’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회사는 개발 인력이 많지 않아 주요 프로젝트에 따라 인력을 전환 배치하는 방식으로 개발을 이어왔다. ‘붉은사막’ 내년 1분기 출시가 확정되면서 상당수 인력이 ‘도깨비’로 옮겨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붉은사막’은 당초 2021년 4분기 출시 예정이었지만 두 차례 연기된 끝에 내년 초로 밀린 상황이다. ‘검은사막’에 편중된 매출 구조를 해소하려면 더 이상 지연 없이 신작 성과를 내야 하는 절박한 처지다.

업계에서 펄어비스가 CCP게임즈를 매각하고 본업에 자원을 집중할 수 있다는 전망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2525억원이라는 인수 가격에 비해 실적 기여도가 미미한 만큼 ‘선택과 집중’을 통한 자산 유동화가 거론되는 것이다. 특히 신작 두 편의 성패가 향후 펄어비스 기업가치에 직결된다는 점에서 부담 요인을 정리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펄어비스 관계자는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송한석 기자
gkstjr11@kukinews.com
송한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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