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비디아가 인텔에 50억달러(약 6조9720억원)를 투자하며 PC·데이터센터 칩 공동 개발에 나서지만, 정작 인텔의 가장 큰 취약점으로 꼽히는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부문은 제외되면서 구조적 위기 해소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엔비디아는 지난 18일(현지시간) 인텔 보통주를 주당 23.28달러에 매입해 지분 4%를 확보한다고 발표했다. 양사는 이번 협력을 통해 차세대 PC 칩에 엔비디아의 그래픽 기술을 탑재하고, 데이터센터에서는 엔비디아 AI 가속기에 인텔 CPU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공동 개발에 나선다. 엔비디아가 인텔 주요 주주로 올라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시장의 관심을 끌었던 파운드리 계약은 포함되지 않았다. 인텔은 2023년 파운드리 부문에서 70억달러(약 9조7615억원)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2024년에는 적자가 130억달러(약 18조1285억원)로 확대됐다. 파운드리 부문 부진은 지난해 인텔 주가가 60% 급락하는 주된 요인이기도 했다.
안셀 새그 무어 인사이트 애널리스트는 “이번 거래에서 파운드리 부문이 빠진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파운드리 회생 없이는 인텔 전체 회생도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단기적으로는 주가 반등 효과가 뚜렷했다. 발표 당일 뉴욕 증시에서 인텔 주가는 22~28% 급등해 32달러에 육박했고, 엔비디아 주가도 3% 이상 올랐다. 반면 경쟁사 AMD 주가는 2.7%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엔비디아의 지원으로 인텔이 PC 시장 경쟁력을 일부 회복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지만, 장기적으로는 파운드리 사업 부실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역사적 협력은 엔비디아의 AI와 가속 컴퓨팅 기술을 인텔 CPU와 방대한 x86 생태계와 결합하는 것”이라며 “두 세계적인 플랫폼이 하나로 융합돼 다음 시대 컴퓨팅의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립부 탄 인텔 CEO는 “엔비디아의 신뢰에 감사하며 고객 혁신을 위해 함께할 것”이라며 “인텔의 x86 아키텍처는 수십 년간 현대 컴퓨팅의 기반이었고, 앞으로도 미래 워크로드를 지원하기 위해 진화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이번 협력이 인텔의 단기적 체질 개선에는 도움이 될 수 있어도, 근본적 문제인 파운드리 부문 적자 해소에는 직접적인 효과가 없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