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 통근자·심야 노동자도 ‘교통약자’…서울시 정책은 아직

장시간 통근자·심야 노동자도 ‘교통약자’…서울시 정책은 아직

기사승인 2025-06-29 06:00:07
쿠키뉴스 자료사진

출퇴근길마다 만원 지하철에 시달리는 시민, 야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갈 교통편을 고민하는 심야 노동자, 에스컬레이터 없는 지하철역 앞에서 한참을 망설이는 고령자. 이들은 이동에 불편을 겪고 있지만, 현재 서울시의 교통약자 정책에서는 충분히 고려되지 않는다.

시는 지난 2022년부터 ‘약자와의 동행’을 기조로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교통 분야에서는 여전히 장애인을 중심으로 정책이 설계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령자나 장시간 통근자, 심야 통행자 등 일상적인 불편을 겪는 시민들은 제도 밖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연구원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약자와 동행하는 서울의 교통’ 보고서도 이러한 문제의식을 짚었다. 보고서는 다양한 시민들이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겪는 이동 불편에 비해, 이를 체계적으로 반영한 대책은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신체적 제약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이동에 불편을 느끼는 시민’까지 교통약자의 범위를 넓히고, 이들을 위한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고령자처럼 빠르게 늘어나는 인구 집단에 비해 교통 인프라가 여전히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은 올해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2000년 고령화 사회(노인 인구 7%)로 분류된 지 불과 25년 만이다. 그러나 서울시 지하철 역사 약 1000곳 중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된 곳은 4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지상과 승강장을 엘리베이터로 모두 연결하는 ‘전 구간 무장애 동선’을 갖춘 역사도 일부에 불과하다.

교통 불편은 고령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거주자의 서울 내 출근 시간은 평균 44.7분,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근하는 경우는 72.1분에 달한다. 전체 평균 출근 시간은 53분이다. 이동 거리가 비슷하더라도 거주 지역에 따라 소요 시간은 큰 차이를 보였다. 보고서는 장시간 통근이 단순히 이동 거리의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삶의 질 저하와 가정생활 만족도에도 영향을 미치는 복합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서울의 높은 주거비와 정비된 교통망 탓에, 장시간 통근을 피할 수 없는 시민도 많다고 봤다.

그러나 이들을 위한 정책은 수도권 광역 통행에 집중돼 있다. 서울 내부의 장거리 통근자를 위한 대책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보고서는 특히 통근자의 가장 큰 불편 요소로 ‘차내 혼잡’을 꼽았다. 이어 이를 줄이기 위해 “대중교통의 ‘목표 서비스 수준’을 설정하고, 이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할인이나 마일리지 등 일정 수준의 보상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심야 시간대에 이동하는 시민들도 또 다른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직업상 야간에 이동해야 하는 시민들은 대중교통 운행이 중단된 시간에 적절한 교통수단을 찾기 어렵다. 택시마저 잡기 힘든 경우도 많다. 특히 동북권처럼 택시 공급이 부족한 지역의 불편은 더 크다. 보고서는 이 같은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심야 시간에 한정해 DRT(수요응답형 교통수단)를 도입하는 방안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시는 이 같은 심야 교통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대안으로 지하철 첫차 시간을 앞당기고 막차 시간을 조정하는 정책을 내놨다. 이르면 8월부터 지하철 1~8호선의 첫차를 오전 5시로 앞당기고, 막차는 기존 오전 1시에서 0시30분으로 조정할 계획이다. 시는 “새벽 시간대 지하철 이용 수요가 높아지는 점을 반영해 ‘첫차’에 무게를 둔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첫차 시간이 앞당겨지면 하루 평균 약 2만3000명의 승객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이예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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