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통과에 노조 리스크 커지는 철강업계…갈등 본격화하나

노란봉투법 통과에 노조 리스크 커지는 철강업계…갈등 본격화하나

- 노란봉투법 통과 직후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 총수·사장 고소
- 주요 철강사, 노사 임단협 진행 중…노조 목소리 확장 전망
- 불황·관세 이어 노조 리스크 ‘삼중고’ 우려…“노사 분쟁 늘어날 것”

기사승인 2025-08-29 06:00:09 업데이트 2025-08-29 09:03:49
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 소속 하청근로자들이 지난 2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청이 파견법 등을 위반했다며 고소장을 제출했다. 연합뉴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철강업계 노사 관계가 살얼음판 위를 걷게 됐다. 주요 철강사들이 임금단체협상을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향후 대화의 조건이 더욱 까다로워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29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는 지난 2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청인 현대제철을 파견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원청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수년간 직접 고용하지 않은 채 사실상 자사 직원처럼 사용했다는 주장이다. 고소에는 1892명의 노동자가 참여했으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 안동일 전 사장 등이 피고소인에 포함됐다.

이들은 원청이 하청업체 직원을 수년간 본인들의 직원처럼 다루면서 동일노동·동일임금 등 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아 부당노동행위를 지속해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고소는 노란봉투법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 하청근로자들이 원청을 고소한 첫 번째 사례다. 지난 14일 현대제철은 비정규직지회 소속 하청근로자를 상대로 제기했던 손해배상 2차 소송을 철회했는데, 이번엔 비정규직 노조가 역으로 소송을 제기한 셈이 됐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의 범위를 원청까지 확대하고, 근로 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상 결정에 대한 파업을 허용하는 한편, 불가피하게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근로자의 배상 책임을 면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6개월 뒤인 내년 2월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관련 법안의 논의 단계서부터 기업계에선 경영 활동 위축, 불법 파업 조장 등을 우려하며 반발해 왔다. 실제로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가 원청뿐만 아니라 그룹 총수까지 피고소인으로 삼으면서 기업들의 우려는 현실이 돼 가는 모습이다.

포스코그룹 역시 이 같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과 이달에 걸쳐 광양제철소와 포스코이앤씨 작업현장에서 잇따라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노조의 안전관리 요구 등 목소리가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포스코 노조는 앞서 사측이 지난달 말 그룹 차원의 안전관리 혁신계획을 발표한 것과 관련해 노조와 협의가 없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이후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이달 22일 그룹 안전 특별점검회의를 열고 노조와 현장 안전 중심 경영을 약속하며 일단락됐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전경. 포스코 제공 

노란봉투법에서 비롯된 노사 관계 리스크는 향후 임단협 등 대화에 있어서도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포스코 노사는 최근 17차 임단협 본교섭을 진행했으나 양측의 이견을 좁히지 못해 협상을 매듭짓지 못했다. 올해 교섭을 위한 상견례 이후 3개월째다. 전년도 협상안을 지난해 12월 파업 직전에서야 가까스로 도출해낸 만큼, 시행을 앞둔 노란봉투법의 내용을 골자로 올해 교섭권을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해 임단협을 올 4월에서야 끝낸 현대제철 노사 역시 지난 6월부터 올해분 임단협을 진행 중이다.

이처럼 업계 노사 관계의 불씨가 남은 가운데 업황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어 ‘삼중고’에 빠진 상황이다. 자구노력 등을 통해 상대적으로 수익성을 보전했다는 평가를 받는 포스코홀딩스조차 올해 상반기 기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 감소한 34조9930억원을, 영업이익은 12% 감소한 1조1750억원을 기록했으며, 현대제철은 같은 기간 매출 11조5091억원, 영업이익 828억원으로 각각 7%, 81% 감소했다. 

건설경기 침체, 중국산 저가 철강재 유입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철강·알루미늄 50% 관세 부과도 향후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달 대미(對美) 철강 수출은 19만4000톤으로 전년 동월 대비 24.3% 감소했는데, 시차를 두고 2~3개월 뒤 영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 경제 6개 단체(한경협·대한상의·무역협회·경총·중기중앙회·중견련)는 노란봉투법 통과와 관련해 입장문을 내고 “이번 개정안을 통해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개념이 확대됐지만, 노동조합법상 사용자가 누구인지, 노동쟁의 대상이 되는 사업경영상 결정이 어디까지 해당하는지도 불분명하다”며 “이를 둘러싸고 향후 노사 간에 법적 분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익명을 요청한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업황이 녹록지 않은 가운데 관련 법·제도 개정으로 기업에 부담이 늘어난 것은 맞다”면서 “노사가 합심해서 불황을 타개할 수 있도록 소통 측면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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