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년간 사회에 대규모 전세사기 피해가 반복되며 임대인과 임차인의 신뢰가 붕괴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 결과 서민 주거 사다리인 전세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전세사기 해결을 위해서는 전세대출, 전세반환보증보험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24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반환보증제도 개선안 임대인 공청회’를 개최했다. 현행 전세시장은 무분별한 전세대출과 집값 하락기를 거치며 역전세, 깡통전세, 전세사기 등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 전세사기 특별법 시행 이후 정부로부터 인정받은 전세사기 피해자는 지난 달 기준 3만1437명으로 집계됐다. 피해액은 3조2114억원에 달했다. 피해주택 유형으로는 다세대(30.3%) 비중이 가장 높았다. 이어 오피스텔(20.8%), 다가구(17.8%), 아파트(14.2%) 순으로 조사됐다.
경실련은 무분별한 전세자금대출과 전세반환보증보험 확대가 전세사기를 확대했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2012년 23조원 규모이던 전세자금대출은 2021년 180조원으로 폭증했다. 또한, 2017년 2월 전세반환보증보험 담보인정비율이 100%로 상향되며 갭투기에 악용됐다고 지적했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제도는 전세계약 종료 시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반환해야 하는 전세보증금을 책임지는 보증상품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운영 중이다.
전세보증보험제도가 도입 취지와 다르게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실련은 전세보증보험제도가 2013년 미분양 주택의 전세 활용을 유도하고 건설사 자금조달을 위해 도입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세반환보증보험 담보인정비율이 100%로 적용되면서 매매‧전세 가격이 함께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전세사기 피해는 임차인만의 일이 아니다. 임대인 또한 높아진 전셋값과 전세가율로 인해 보증금 반환의 어려움을 겪는다.
정부는 전세사기 해결을 위해 특별법을 개정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피해자 구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당초 지난 5월 말 만료 예정이던 한시법인 전세사기 특별법은 2027년까지 2년 연장됐다. 그러나 피해자로 인정받기 위해 임대인의 기망 여부, 반환 능력의 부재, 다수 주택 임대 정황 등을 바탕으로 ‘사기 의도가 있었음을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를 입증해야 한다.
전세사기 고의성이 없을 경우 피해자로 인정받기 어려운 셈이다. 경실련은 전세사기와 역전세를 구별해 시장에 맞는 처방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조정흔 경실련 토지주택위원장은 “과거 수백 채 씩 집을 소유하며 발생한 조직적인 전세사기는 이제 줄어들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전세 인식이 나빠지며 역전세 문제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역전세로 발생하는 공가도 문제다. 조 위원장은 “임차인이 임차권등기 설정을 한 후 이사하며 공가로 방치된 주택이 늘고 있다”면서 “집은 비어있는데 새 임차인이 안 구해지니 임대인은 파산으로 내몰리고 임차인도 전세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전세사기 특별법 △매입임대주택 공공 매입 △기업형 임대주택으로는 전세사기 해결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또한, 기존 비아파트 시장 정상화를 위해서는 신뢰 회복을 통한 임대차 시장 순환이 더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전세보증보험, 집주인이 가입해야
현재 임차인 위주로 가입하는 전세보증보험을 임대인이 가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조 위원장은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은 전세계약 체결 후 임차인이 보증료를 납부하고 직접 가입하고 있다”면서 “가입 의무를 계약 체결 전 임대인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계약 시 임차인이 악성 임대인 여부와 보증보험 가입 여부를 미리 확인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임대인 반환보증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담보인정비율을 법정 LTV 60%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7년 반환보증 담보인정비율(LTV)은 100%였다. 이후 매맷값과 전셋값이 동반 상승했다. 경실련은 2023년 5월 이후 90%로 낮아진 LTV를 60%까지 낮춘다면 집값 부풀리기를 통한 전세사기를 예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임대인들도 이 같은 취지에 대해 공감한다고 의견을 냈다. 강희창 한국임대인연합회장은 “임차인은 개별적으로 전세금반환보증보험을 선택 가입하고 임대사업자는 임대보증금보험을 의무 가입하고 있다”면서 “동일 임대차 계약에 중복 보증 구조가 작동돼 단일화된 시스템과 명확한 책임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전세보증금 보증한도를 주택가격의 60% 이내로 제한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강 회장은 “기본 취지에는 공감하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인정감정평가 가격이 너무 낮아 역전세가 심화할 수 있다”면서 “특히 비아파트의 경우 전세가율이 높아 아파트 기준을 적용 시 보증 불가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 유형별 특성을 반영한 차등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