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자영업자 부채 55조9000억원, 연체율 2.7%…고령·저신용 중심 위험 확산

대구 자영업자 부채 55조9000억원, 연체율 2.7%…고령·저신용 중심 위험 확산

기사승인 2025-07-28 17:20:11
전통시장 자료사진. 본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임형택 기자 

대구 자영업자 부채가 55조9000억원을 돌파했다. 

한국은행 28일 발표한 ‘지역경제보고서 7월호’에 따르면 대구 자영업자 부채는 5년 새 1.4배 늘고, 차주수도 1.5배 증가했다. 1인당 평균 부채는 3억8000만원으로, 광역시 중 가장 높다.

2024년 상반기 대구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2.7%로 전국 평균을 크게 상회했다. 특히 50대와 숙박음식업, 저신용·중고소득 차주, 상호금융권에서 연체가 빠르게 늘었다. 취약차주 비중은 2019년 하반기 8.1%에서 2024년 상반기 12.3%로 올랐다. 같은 기간 취약차주 연체율은 9.0%에서 19.7%로 치솟아, 타 광역시의 2배를 넘는다. 연체차주 1인당 연체액 역시 1억9000만원으로 5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상호금융권 연체율은 6.4%로 2023년 하반기 이후 급격히 올랐다. 숙박음식업 연체율은 8.0%로, 같은 광역시 평균(2.3%)보다 세 배 이상 높다. 해당 업종 연체차주 1인당 연체액은 3억1000만원으로 여타 지역의 4.4배에 달했다. 연령별로 50대 자영업자의 연체율은 3.6%로 전체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60대 이상 고령층은 부채가 빠르게 늘었지만, 연체율은 타 연령대와 큰 차이가 없었다.

한은은 최근 5년간 온라인·플랫폼 소비 증가, 도소매·숙박음식업 등 핵심 업종 소비의 역외 유출이 지속되면서 대구 자영업 생태계의 기반이 약화된 것으로 분석했다.

2024년 카드 기반 도소매업 역외 순유출률(역외소비액/역내소비액)은 1.85로 5년 만에 크게 상승했고, 소매·잡화 등 영세매장 판매도 줄었다.

경쟁 역시 치열하다. 대구는 자영업자 수 비율이 전국 최고(인구 100명당 10.7명)다. 폐업률도 2023년 83.1%로 코로나 이전보다 높아졌고, 사업부진에 따른 폐업이 급증했다. 매출지니계수 등 이익 격차도 도소매(0.721), 음식업(0.654)에서 전국 1, 2위다.

고령 차주의 부채 부담은 특히 심각하다. 대구 60대 이상 자영업자 차주수는 2019년 4분기 대비 2.2배, 연체차주수는 4.3배 급증했다. 1인당 평균 부채는 60대 4억6000만원으로 타 광역시보다 높다. 60대 이상에서 취약차주 비중은 13.2%로, 전국보다 높았다. 평균소득은 50대 대비 감소폭이 크고(60대 –12.6%, 70대 이상 –61.0%), 연령대가 높을수록 소득대비 부채(LTI)는 60대 5.7배, 70대 이상 12.2배로 상환 위험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보고서에서 “자영업자 부실여신을 정부 채무조정 프로그램(새출발기금 등)으로 순차 구조조정하는 한편, 고령·영세 자영업자 맞춤 재교육·고용 연계, 디지털 전환 투자를 동시에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올해 상반기 대구·경북지역 경기는 전년 하반기 대비 소폭 악화됐다. 생산 측면에서는 제조업, 서비스업, 건설업 모두 소폭 감소했고, 수요 측면에서는 수출과 설비투자가 줄었다. 민간소비는 재화 소비 증가와 서비스 소비 감소가 상쇄돼 보합세를 보였다.

제조업은 차량용 OLED와 하이브리드차 부품 수요 증가로 일부 업종은 성장했지만, 전체적으로는 미국의 관세 부과와 수출 부진 여파로 생산이 소폭 감소했다. 특히 휴대폰과 철강 부문은 지난해의 기저효과와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심화로 부진했다. 반면 하반기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출시, 차량용 OLED 수요 증가 등으로 일부 회복이 기대된다.

서비스업도 소폭 감소했다. 도소매업은 친환경차 판매 증가로 늘었지만, 숙박·음식점업은 경주 APEC 개최 준비로 인한 객실 공사 등으로 손님이 줄었다. 운수·창고업은 제조업 침체와 수출 둔화로 물류량이 감소했고, 부동산업도 매수심리 위축과 미분양 적체로 거래량이 줄었다.

건설업은 공공부문은 SOC 예산 집행 확대로 착공이 늘었지만, 민간부문은 자재비 상승과 분양 부진으로 착공이 크게 줄었다. 전체적으로는 건설비용 증가와 신규 수주 감소로 하반기에도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민간소비는 온누리상품권 할인, 게임기 출시, 승용차 판매 증가 등으로 재화 소비가 소폭 늘었지만, 산불과 이상기후 등 영향으로 여행·레저 중심의 서비스 소비가 줄어 보합 수준을 유지했다.

설비투자는 숙박·방산업을 제외한 대부분 업종에서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줄었다. 특히 자동차부품, 이차전지소재, 반도체, 섬유 등에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고용은 상반기 중 전년 동기 대비 3000명 증가해 전년 하반기 감소세에서 증가로 전환됐다. 특히 상용직 중심의 임금근로자 수가 늘고, 자영업자는 줄었다.

소비자물가는 가공식품·외식비 상승과 석유류 가격 반등으로 전년 대비 2.0% 올랐다. 농산물은 가격이 하락 전환됐지만 축산물·수산물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주택시장은 매매가격이 대구(-0.34%)를 중심으로 하락폭이 확대됐고, 거래량도 줄었다. 특히 대구는 5월말 기준 전국에서 가장 많은 8586가구가 미분양 주택으로 적체돼 있는 상황이다.

인구 측면에서는 1~4월 출생아 수가 소폭 증가했고, 순유출 인구는 줄어들었으나 전체 인구는 여전히 감소 추세를 이어갔다.

한국은행은 보고서에서 “제조업 부진과 민간 건설 위축이 지역 경기 회복을 제약하고 있다”며 “소비심리 개선과 서비스업 호조, 프리미엄 스마트폰 수요 등 긍정 요소가 일부 존재하지만, 글로벌 통상환경의 불확실성과 투자심리 위축은 지속적인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재용 기자
ganada557@hanmail.net
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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