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전 라운지 대기만 ‘1시간’...카드사 경쟁에 소비자만 불편

여행 전 라운지 대기만 ‘1시간’...카드사 경쟁에 소비자만 불편

기사승인 2025-07-30 06:00:05
지난해 8월 1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이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유희태 기자

#이모(32‧남)씨는 휴가철을 맞아 공항 라운지 연 2회 무료 사용 혜택이 있는 체크카드를 발급받았다. 이씨는 라운지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일찍 인천공항에 도착했지만, 대기 시간이 길어 입장을 포기하고 비행기에 탑승했다. 이씨는 “40분 이상 기다려야 했는데, 그랬다면 사실상 라운지에 머물 시간이 거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사들이 공항 라운지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하는 카드를 연이어 출시하면서 국내 공항 라운지 입장 대기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신용카드뿐 아니라 체크카드로 혜택이 확대됐지만, 라운지는 늘지 않으면서 불편이 생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인천국제공항 관계자 등에 따르면 성수기에 워커힐이 운영하는 ‘마티나 라운지’를 이용하려면 길게는 4~50분을 기다려야 한다. 뷔페 음식과 음료, 주류 등이 준비된 라운지를 이용하려는 고객이 몰려 식사 시간엔 대부분 대기가 생긴다. 비행기가 연착되면 빈 자리가 나지 않아 대기가 최장 1시간을 넘기는 경우도 있다.

마티나 라운지에 따르면 한 곳당 200~300여석 규모 라운지를 이용하는 고객의 약 80%는 소지 카드로 혜택을 받아 무료로 입장한다. 라운지 이용 혜택을 주는 카드가 늘어나면서 이용 고객이 늘어났고, 이용해본 고객들이 유튜브나 블로그 등 온라인에 그 경험을 공유하면서 라운지를 찾는 고객이 더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올초 이용 가격이 10~15% 가량 오르며 무료 입장 수요는 더 커졌다. 마티나 라운지 관계자는 “블로그나 영상으로 보고 오시는 분들이 늘면서 더 사람이 몰리고 있다”며 “최근 가격이 오르며 무료 이용을 하시려는 수요도 늘었다. 무료로 들어올 수 있다 보니 긴 줄도 기다려 주시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체크카드 라운지 혜택은 해외 체크 결제액 경쟁 여파

카드업계는 라운지 이용 혜택을 제공하는 체크카드 9종 가운데 4종을 지난해 이후 출시했다. 기존에는 10만원 이상 고액 연회비의 신용카드 이용자에게만 제공하던 혜택이다. 전세계 공항 라운지 무료 이용 혜택을 주는 카드는 총 281종으로 신용카드는 272종이다.

라운지 혜택 확대는 격화된 해외 결제 시장에서 등장한 전략이다. 지난달 기준 해외 카드 결제액을 보면 체크카드 결제액 비중은 하나카드(44%), 신한카드(31.8%), KB국민카드(13.3%) 순으로 높았다.

연회비가 없는 체크카드 가운데 현재 연 2회 전세계 라운지 무료 이용 혜택을 주는 카드는 신한카드 SOL트래블 체크카드와 우리카드 위비트래블 체크카드뿐이다. 우리카드는 앞서 단종된 카드의 정석 시리즈에서도 같은 혜택을 제공했다.

연 1회로 횟수를 제한하거나 연회비를 받는 체크카드도 있다. 라운지 연 1회 혜택인 KB국민카드의 노리2 체크카드(글로벌)와 스타플러스 체크카드, NH농협카드의 NH농협 트래블리 체크카드는 연회비가 없다. 우리카드는 네이버페이와 제휴해 연회비 5000원에 라운지 이용을 연 2회까지 제공한다.

하나카드가 외화를 충전할 수 있는 트래블로그로 해외 체크카드로 결제 시장 점유율을 높인 상황에서, 라운지 혜택이 후발 전략이 된 셈이다.

‘출혈 경쟁’ 우려도…신용 결제액 경쟁은 프리미엄 위주

문제는 혜택이 경쟁적으로 늘어나면서 라운지 대기줄 뿐 아니라 카드사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체크카드는 연회비가 없어 카드사가 얻는 수입이 신용카드에 비해 적기 때문에 혜택을 늘리면 그대로 비용이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연회비가 없는 체크카드에 입장 혜택을 주거나 동반 혜택을 주려면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며 “출혈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의 수익성은 사용기한이 만료되는 5년 뒤 알 수 있다”며 장기적 관점의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체크카드에 비해 연회비가 비싼 신용카드는 비용 부담이 덜한 편이다. 혜택을 주더라도 연회비 수입으로 일정 부분을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라운지 혜택을 주는 신용카드의 평균 연회비는 21만5000원 수준이다. 동반 입장이나 연 3회 이상 무료 입장 등 혜택도 다양하다.

현대카드, 신한카드, 삼성카드, KB국민카드 등은 지난달 연회비 4만1000원에서 26만원 사이인 신용카드 소유자를 대상으로 프리미엄 라운지인 ‘마티나 골드 라운지’를 1만원에 이용할 수 있는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달 기준 신용카드 결제액 비중은 현대카드(21.8%), 신한카드(18.1%), 삼성카드(16.4%), KB국민카드(14.8%) 순서로 높았다.


박동주 기자
park@kukinews.com
박동주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추천해요
    0
  • 슬퍼요
    슬퍼요
    0
  • 화나요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