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밤, 더 뜨겁게 춤췄다"…동해 무소음 페스티벌 성료

"조용한 밤, 더 뜨겁게 춤췄다"…동해 무소음 페스티벌 성료

기사승인 2025-07-31 16:40:51
30일 강원 동해시 발한동 갤러리 바란 인근에서 열린 무소음 페스티벌 참가자들이 헤드폰을 착용하고 춤을 추고 있다. (사진=동해시) 
강원 동해시 발한동 갤러리 바란 인근에선 이색적인 축제가 펼쳐졌다. 스피커도, 무대도 없지만 사람들은 밤하늘 아래 몸을 흔들고 있었다. 동해시가 주최한 '무소음 페스티벌', 일명 '사일런트 디스코'가 지난 30일 첫선을 보였다.

참가자들은 행사장 입구에서 무선 헤드폰을 받고 각자 음악을 들었다. 헤드폰 너머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참가자들의 표정은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뜨거웠다.

한 가족은 돗자리를 펴고 누운 채 음악에 귀를 기울였고, 연인들은 조용히 손을 맞잡고 리듬을 탔다. 아이들은 반짝이는 LED 조명을 따라 뛰어놀았다. 음악은 개인의 공간 안에서만 울렸고, 축제는 마치 '침묵 속 파티'처럼 진행됐다.

무대 한편에는 DJ 부스가 마련됐다. 현장 DJ는 EDM부터 디스코까지 다양한 장르를 섞으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현장 참여자 200여 명은 DJ의 손짓에 맞춰 각자만의 공간에서 춤을 췄다. 관객은 하나의 리듬에 반응했지만, 소음은 없었다. 이는 주변 주거지와 공존을 위한 장치였다.

지역 주민 최 모씨(37)는 "시끄럽지 않아서 아이들과 함께 와도 부담이 없다"며 "우리 동네 골목이 문화공간으로 바뀐 느낌이라 새롭고 신선하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동해를 찾은 이 씨(26)는 "바닷가 여행 왔다가 우연히 들렀는데 조용한데도 분위기가 정말 뜨거웠다"며 "다른 도시에서도 이런 행사가 있으면 꼭 가고 싶다"고 말했다.

동해시는 이번 페스티벌을 통해 '소음 없는 축제', '공존 가능한 야간문화'라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재정비가 진행 중인 발한동 일대와도 이색적인 조화를 이뤘다는 평가다. 

시 관계자는 "도심 속에서도 민원을 최소화하고, 주민과 상생 가능한 축제 모델을 만들고자 기획했다"며 "향후 장소나 장르를 다양화해 시리즈형 프로그램으로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동해시는 '놀토오삼'이라는 이름으로 지역 문화 활성화를 위한 시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며, 무소음 페스티벌도 그 일환으로 기획됐다. 조용하지만 뜨거웠던 축제는, 시민 일상과 공존하는 문화행사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줬다.
백승원 기자
bsw4062@kukinews.com
백승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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