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금융계열사들이 올해 상반기 엇갈린 성적표를 받았다. 삼성생명이 건강보험 중심의 포트폴리오 안착 효과로 순익 성장을 이어간 반면 삼성화재·삼성카드·삼성증권은 모두 부진을 면치 못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금융네트웍스 4개사(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카드·삼성증권)의 상반기 합산 순이익(별도 기준)은 2조926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3조2009억원)보다 8.6% 줄어든 수치다. 삼성생명은 삼성카드 71.9%, 삼성증권 29.4%, 삼성화재 15.5%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집계는 이를 제외한 별도 기준이다지난해 상반기에는 삼성 금융 4개사 합산 순익이 5대 금융지주를 모두 웃돌았지만, 올해는 KB금융(3조4357억원)과 신한금융(3조374억원)을 넘어서지 못했다. 다만 하나금융(2조3010억원)과 우리금융(1조5513억원)은 여전히 앞섰다.
엇갈린 계열사 실적
삼성생명은 상반기 연결 기준 순이익 1조394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했다. 별도 기준 순이익도 1조2005억원으로, 그룹 내는 물론 생보·손보 업계를 통틀어 ‘순이익 1위 보험사’ 자리를 유지했다. 고수익 건강보험 중심으로의 포트폴리오 전환이 안착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삼성생명의 건강보험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은 1조1410억원으로 전년 동기(8940억원)보다 27.6% 늘었다. 건강보험 신계약 CSM 비중도 1분기 74%에서 2분기 85%로 확대됐다. 이는 1년 전(54%)과 2년 전(30.8%)에 비해 각각 30%포인트(p), 54%p 급증한 수치다.
‘보험 형제’ 삼성화재는 대형 재해 발생 등의 여파로 주춤했다. 상반기 연결 기준 지배주주지분 순이익이 1조24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 줄었다. 산불 등 대형 재해와 자동차보험 손해액 증가로 보험 손익이 전년 동기 대비 16.1% 감소한 1조54억원에 그친 탓이다. 다만 채권 매매와 배당수익 확대 덕에 투자 손익은 6459억원으로 24.4% 증가해 순익 방어에 기여했다. 그럼에도 별도 기준 순익(9539억원)은 보험 손익 감소 폭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메리츠화재(9873억원)에 밀리며 1위 자리를 내어줬다.
삼성카드의 상반기 연결 순이익은 3356억원으로 전년 대비 7.5% 줄었다. 대외 환경이 좋지 않아 금융비용과 대손비용이 증가한 영향이다. 상반기 판관비가 2532억원으로 전년보다 28.9%(568억원), 이자비용이 12.5%(312억원) 늘었으며 대손비용 역시 3585억원으로 전년 동기(3161억원) 대비 13.4% 증가했다. 다만 건전성 지표는 개선됐다. 2분기 말 기준 연체율은 0.98%로 전 분기 대비 0.05%p 낮아졌고, 신규 연체율도 0.5%로 안정세를 보였다. 우수한 리스크 관리 역량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상반기 순익 역시 10여 년간 업계 1위를 지켜온 신한카드를 890억원 차이로 앞서며 1위로 올라섰다.
삼성증권도 상반기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이 483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5.5% 감소했다. 주관사로 참여한 일부 대형 기업공개(IPO) 일정들이 연기되면서 2분기 실적이 부진한 여파다. 다만 자산관리(WM)와 구조화금융을 포함한 투자은행(IB) 부문은 성장세를 이어가며 실적을 방어했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2분기 실적이 다소 부진했지만 연환산 기준 12.7%의 자기자본이익률(ROE)를 기록하는 등 양호한 수익성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