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강자 ‘서클’, 韓4대 금융 두드린 속내

스테이블코인 강자 ‘서클’, 韓4대 금융 두드린 속내

기사승인 2025-08-24 06:00:06 업데이트 2025-08-24 09:13:02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서클(Circle)이 한국 시장 진출을 위해 국내 4대 금융그룹과 연쇄 접촉에 나섰다. 다만 은행권은 본격적인 사업 협의로 보기는 어렵다는 신중한 반응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클의 히스 타버트 사장은 22일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과 만난 데 이어, 정진완 우리은행장, 디지털부문 총괄 이창권 KB금융 부문장 등을 차례로 면담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서클 측에서 먼저 제안한 자리이고, 각 은행별로 개별 접촉을 시도한 것으로 안다”며 “서클 측의 NDA(비밀유지협약) 요구에 따라 구체적 일정과 논의 내용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글로벌 강자 서클, 은행 찾는 이유

서클(USDC)은 테더(USDT)와 함께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양분하는 강자다. 규모는 테더가 앞서지만, 서클은 뉴욕증시에 상장된 기업으로 규제 대응 능력이 강점으로 꼽힌다. 미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유통을 지원하고, 대표 수탁은행 BNY멜론이 준비자산 보관서비스를 담당하는 등 글로벌 금융사와 협력망도 두텁다.

국내에서도 최근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 허용 방침을 공식화했고, 블록체인 기반 결제·송금 인프라 구축 지원도 예고했다. 특히 한국은행이 ‘은행 중심 모델’을 강조하는 만큼 서클이 국내 금융지주와의 만남을 추진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 역외 발행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규제 목소리가 높은 점도 은행을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부각시키고 있다.

업계는 이번 만남에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국내 유통·송금,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 협력, 결제 인프라 강화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본다. 타버트 사장이 그간 ‘USDC 유동성 확대’를 강조해온 만큼, 이번 방한에서도 관련 메시지가 재확인될 가능성이 크다. 은행과 협업해 원화–USDC 교환 채널을 마련하거나 USDC 결제 인프라를 강화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은행권의 셈법

은행 입장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대비해 서클의 노하우를 참고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국내 은행권은 이미 스테이블코인 상표권을 출원했지만 뚜렷한 수익모델을 찾지 못한 상황이다. 서클은 발행 후 유통을 직접 맡지 않으면서도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구축해 온 만큼, 사업 모델 측면에서 조언을 얻을 수 있을 것이란 평가다. 특히 서클이 경쟁사 테더에 비해 컴플라이언스(법률 준수)에 집중하는 기업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테더는 유럽 가상자산 규제법 ‘미카(MiCA)’에 따른 사업자 라이선스 확보에 실패한 반면, 서클은 유럽연합(EU) 27개국에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취득하며 글로벌 규제 대응 능력을 입증했다.

다만 이번 방한에서 구체적인 파트너십 발표까지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A은행 관계자는 “써클은 발행 자금을 안전한 미 단기 국채 등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구조인데, 국내는 발행 주체조차 정해지지 않았다”며 “은행 경영진 역시 한국은행 총재와 마찬가지로 보수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어 선제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보다는 상황을 지켜보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B은행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선 대비 차원에서 관심을 두고 있지만, 국내는 원화 결제 체계가 안정적으로 운영돼 스테이블코인 효용성이 제한적일 수 있다”며 “정부가 시범 참여를 주문하고는 있으나, 제도화와 채권 운용 방식에 따라 사업성 여부가 크게 달라질 수 있어 현재는 기초적 검토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C은행 관계자도 “첫 만남이라 심도 있는 논의보다는 인사와 회사 소개, 인프라·기술력 공유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했다. D은행 관계자 역시 “스테이블코인이 미래 먹거리로 부상하는 만큼 은행도 시장 참여자로서 역할을 모색해야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세우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국내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준비

국내에서는 현재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유통 관련 법안이 여럿 제출된 상태다. 앞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허용과 대통령 직속 디지털자산위원회 설치 등을 골자로 한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안도걸 민주당 의원은 가치안정형 디지털자산의 발행 및 유통에 관한 법률안을,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가치고정형 디지털자산을 활용한 지급 혁신에 관한 법률안을 내놨다.

금융위원회는 발행 요건과 담보관리, 내부통제 체계 등을 담은 법안을 오는 10월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8일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토론회에서 “최근 금융위로부터 스테이블코인 관련 방향성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며 “10월쯤 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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