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과 일본이 저출산·수도권 집중 등 공통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협의체를 꾸리기로 했다. 한반도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고 대북 정책에 대해 긴밀하게 협조할 방침이다. 워킹홀리데이 제도도 확대할 예정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23일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한 뒤 공동 언론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극소수 인사만 참석하는 소인수 회담은 4시55분께 시작해 1시간여만에 종료됐다. 확대 회담은 오후 6시부터 6시51분쯤까지 진행했다. 이 대통령에 따르면 한일 정상회담에서 논의한 내용을 공동 문서로 발표하는 것은 17년만에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래로 대한민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양자 방문 국가로 일본을 찾은 것은 제가 최초라고 한다”며 “이 점은 우리가 한일 관계를 얼마나 중시하는지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의미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과 일본은 사회, 문화,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서로에게 도움 되는 방향으로 협력할 최적의 파트너”라며 “한·일은 앞마당을 함께 쓰는 이웃이자 평화와 번영을 위해 긴밀하게 협력해야 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반자”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흔들림 없는 한·미·일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에 인식 같이 했다”며 “한·일 관계 발전이 한미일 협력 강화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어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날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한일 관계 발전 방향과 주요 실질 협력 방안, 한반도 평화와 북한 문제, 주요 글로벌 현안 등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안보 분야에서 한·일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구축 의지를 재확인했다”며 “대북 정책에서 긴밀한 공조를 계속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경제 분야에 관해서는 “수소와 인공지능 등 미래 산업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사회 분야에서는 “저출산, 고령화, 수도권 집중, 농업, 재난 안전 등 양국이 직면한 공통과제에 공통 대응할 필요성에 공감하고, 정책 경험을 공유하며 해결 방안을 함께 모색하기 위한 협의체를 출범시키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한 양국 간 청년 교류를 더 늘리기 위해 ‘워킹 홀리데이’ 참여 인원 규모를 확대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인적 교류에서는 1200만명의 교류 시대를 맞아 한·일 청년들이 서로의 문화를 체험하고 이해하는 기회를 넓히기 위해 워킹 홀리데이 참여 횟수를 확대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정상 간 셔틀외교도 재개됐다. 이 대통령은 셔틀외교가 재개된 것에 대해 “민주주의 대한민국의 복귀 이후 한·일 관계가 조속히 정상 궤도에 올랐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수시로 방문하고 대화하는 정상 간 셔틀 외교가 한일 외교의 새로운 모델로 정착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오늘 정상회담 통해 저와 이시바 총리 간에 유대와 신뢰가 강하게 형성된 것처럼, 이번 일본 방문으로 양국 간, 양국 국민 간 진정한 신뢰를 쌓는 새로운 여정이 시작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두 정상은 오는 10월 경주에서 예정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0 정상회의와 일본이 의장국인 한·일·중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긴밀한 협력도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