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웨스팅하우스 JV 믿고 있는 한수원…현실은 ‘동상이몽’

[단독] 웨스팅하우스 JV 믿고 있는 한수원…현실은 ‘동상이몽’

기사승인 2025-10-13 06:00:12
체코 두코바니 원전.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윤석열 정부 당시 미국 원자력기업 웨스팅하우스(WEC)와 맺은 협약을 두고 ‘불공정 계약’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수원 측은 해당 협약에 조인트벤처(JV·합작법인) 추진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해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쿠키뉴스 취재 결과, 이는 협약 문구에 대한 한수원의 자체 해석으로, 실제 사업으로의 구체적 진전은 확인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굴욕적 계약 논란을 희석하기 위한 해석’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1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허성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한수원은 WEC와 가진 협약에 JV 설립의 근거가 될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보고했다. 그간 한수원은 협약 체결 이후 ‘아쉬운 계약이지만, 협력의 여지는 있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쿠키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WEC와의 계약에는 양측이 필요 시 협력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수준의 일반적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JV 설립이나 공동 지분 참여를 명시한 문구는 포함돼 있지 않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수원 입장에서는 불리한 계약 조건을 완화하고 원전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JV 설립이 필요한 상황이다. 반면 웨스팅하우스는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공급망이 취약해 글로벌 수주 경쟁에서 한수원 같은 파트너와의 협력은 상호 보완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한수원은 체코 등 해외 원전 수출(EPC·설계·조달·시공 일괄 수행) 추진 과정에서 수출 제약 없이 수주 활동이 가능한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게 상호 이익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국전력과 한수원은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식재산권 합의를 통해 북미(미국·캐나다·멕시코), 유럽연합 가입국(체코 제외), 우크라이나 등에서 원전 수주 활동을 하지 않기로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합작회사가 설립될 경우 이러한 수출 제약에서 벗어나 보다 자유로운 사업 전개가 가능해진다. EPC 단독 수행 시 지체상금과 추가비용 부담이 한수원에 집중되지만, JV 체계에서는 역할과 책임, 비용을 분산할 수 있어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도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한수원은 JV 설립 시 파트너 간 지식재산권(IP) 라이선스, 지역별 사업권, 책임·비용·지체상금(LD) 규율을 한 틀로 묶어 분쟁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고 본다. 합작회사를 통해 웨스팅하우스의 실적이 개선되면, 최대주주인 캐나다 사모펀드 브룩필드 입장에서도 투자 회수에 유리하고, 한수원은 지식재산권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어 ‘윈-윈(Win-Win)’ 구조가 가능하다는 논리다.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불거진 ‘불공정 계약’ 논란과 맞닿아 있다. AP1000 등 핵심 노형의 사전 검증, 로열티, 지역권한 등에서 웨스팅하우스에 유리한 조건이 포함됐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한수원이 단독으로 EPC를 추진할 경우 비용·지연 리스크와 지식재산권 제약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특히 웨스팅하우스는 2022년 10월 한수원을 상대로 지식재산권 침해 소송을 미국 연방법원에 제기했다. 이후 한수원이 2024년 9월 체코 원전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웨스팅하우스는 체코 반독점 당국에 진정을 냈다. 브룩필드에 대한 JV 설립 제안도 이 무렵 한수원이 먼저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리스크는 한수원에, 이익은 웨스팅하우스에 돌아가는 구조”라며 계약 내용의 투명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산업계에서는 “글로벌 규제 환경을 고려하면 일정 수준의 제약은 불가피하다”며 한수원의 대응 필요성에 공감하는 시각도 있다.

현재 한수원은 JV 설립을 포함한 다양한 협력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웨스팅하우스가 글로벌 사모펀드 브룩필드 산하에 있는 만큼 수익성이 불확실한 JV 설립에 적극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JV 설립이 불공정 계약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웨스팅하우스가 지식재산권을 수익의 핵심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한국 측과의 수평적 합작 형태를 수용하기는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실제 협약서에도 명시된 조항이 없는 만큼 한수원의 추진 의지가 향후 어떤 형태의 실질 협상으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허성무 의원은 “한수원발(發) ‘WEC와의 JV 추진’은 협약을 과도하게 해석해 불공정 협약 논란으로부터 국민의 시선을 돌리려는 꼼수일 수 있다”며 “국정감사에서 관련 사실관계를 면밀히 따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민 기자
breathming@kukinews.com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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