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50대 남성 A씨가 지난 22일 충남 천안천 산책로에서 반려견을 전기자전거에 매단 채 20분가량 달리게 해 숨지게 했다. 경찰 조사에서 그는 “다이어트를 위해 달리게 했다”고 진술했다. 반려견의 사인은 질식사였다.
사건 직후 현장에는 응급조치를 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없었다. 경찰은 오후 7시59분 신고를 받고 9분 만에 도착해 개의 상태를 확인했지만, 비전문가로서 물을 먹이는 정도의 조치만 할 수 있었다. 이어 약 40분 뒤 도착한 천안시 동물보호센터 담당자도 의료 인력이 아니었다. 센터 측은 “야간에는 구조·이송만 가능하다”며 “응급치료는 외부 위탁 수의사에게 연락해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피해견은 센터로 옮겨졌으나, 수의사와 접촉했을 때는 이미 숨이 끊긴 뒤였다.
이 같은 대응은 시민들의 비판으로 이어졌다. 동물권단체 케어는 “경찰 출동 이후에도 약 1시간 동안 방치됐다”고 지적했고, 천안시청 민원 게시판에는 사건 처리 미흡을 비판하는 글이 수십 건 올라왔다.
동물복지정책 사무를 관장하는 농림축산식품부는 현재 충남도와 천안시로부터 사건 경과와 대응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농림부 관계자는 “동물보호관은 수의사 등 자격 있는 인력을 지정할 수 있도록 법에 명시돼 있다”며 “지자체가 적정하게 지정했는지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행 동물보호법(제88조)은 지자체가 소속 공무원을 동물보호관으로 지정해 학대 동물 구조·보호·치료를 담당하도록 규정한다. 관련법이 자격 요건으로 수의사 등 전문 인력과 일반 공무원을 동등하게 규정하고 있어, 실제 현장에서는 일반 행정직 공무원이 지정되는 경우가 많다. 천안시도 동물복지팀 주무관 전원을 보호관으로 지정했지만, 응급치료까지 맡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사건 당일에도 피해견은 이송됐지만, 수의사와 마주했을 땐 숨진 상태였다.
전문가들은 동물보호관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재언 동물자유연대 법률지원센터 변호사는 “반려동물 학대에 대해서는 처벌을 강화하고 소유권을 박탈하는 등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며 “동물보호관이 현장에서 보호 조치를 적극 행사할 수 있도록 전문 인력을 확충하고, 응급 상황 시 24시간 연계 가능한 이송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A씨가 키우던 또 다른 반려견을 올해 광주시 거주자에게 분양한 사실을 확인했으며, 추가 학대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