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소셜미디어(SNS) 돌발 발언에도 한미정상회담을 무사히 마쳤지만, 실용외교의 난도는 점점 심화되고 있다. 특히 국제적 ‘경제 블록화’로 한미일 관계가 두터워지는 만큼 중국과 마찰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 문제와 대북정책, 조선업·제조업 협력 등 현안을 논의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미 동맹은 군사뿐 아니라 경제·과학기술 범위로까지 확장될 것”이라며 “든든한 동맹을 미래형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 대통령의 북한 문제 해결 의지를 평가하며 “노력하면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경제·산업분야에서도 그는 “선박 구매 뿐만 아니라 한국 기업과 함께 건조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위성락 대통령실 안보실장은 한미동맹 현대화와 관련해 “(한미 간) 큰 방향에서 의견 일치가 이뤄졌다”며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라고 평가했다.
다만 ‘트럼프 스타일’에 맞춰가야 하는 외교 난도는 더욱 가팔라졌다는 분석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전 SNS ‘트루스소셜’에 한국 특검의 수사를 겨냥하며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숙청 또는 혁명같이 보인다”며 “우리는 그런 곳에서 사업을 할 수는 없다”고 돌발 발언을 하며 긴장감이 맴돌았다. 또한 일부에서는 뚜렷한 성과가 드러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시간이 30분에 불과했고, 명확한 합의문도 없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미중 갈등으로 인한 ‘경제 블록화’가 심화되며 한중 대립 우려도 나온다. 블록화는 유럽연합(EU),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처럼 이해관계에 맞는 국가간 경제생태계를 구축하는 구조를 말한다. 실제로 전날 박병석 전 국회의장을 단장으로 한 이재명 정부 중국 특사단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면담을 이루지 못하며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장관)과 회담한 것에 대해 ‘홀대’ 논란이 점화했다. 또 중국 측이 한미정상회담을 하는 한국에 보내는 ‘무언의 압박’이라는 평가도 제기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중 갈등으로 경제블록화가 심화될수록 중국과의 관계도 (멀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며 “이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에서 발표한 정책 연설문을 중요하게 봐야 한다”며 “연설문 이후 중국은 더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이 대통령이 (미국 중시 태도를) 이번에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신 교수는 이어 “현재 (국제적) 상황은 친중과 반중 두 개 진영 밖에 없다. 우리가 (미국을 두고) 친중을 선택할 수는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트럼프가 부르면 EU든 어디든 다 달려가는 것 아니겠냐. 이는 상징적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CSIS에서 “한국이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안미경중)이라는 입장을 (지금껏) 가져왔지만, (이제는) 과거와 같은 태도를 취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더불어민주당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는 입장문을 통해 “첫 번째 한미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며 “이 대통령의 성공적 국제무대 데뷔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물꼬를 튼 점, 실용외교의 진면목을 보여준 점 등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세 가지 의의를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