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사들이 미니보험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 달 1000원 안팎의 저렴한 보험료로 가입 가능한 미니보험은 일상 속 다양한 위험까지 보장하며 상품 영역을 넓히고 있다. 고객 접점이 부족했던 보험사들도 이를 통해 거리를 좁히고, 장기 고객 확보로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롯데손해보험은 아이돌 콘서트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골절 등 부상이나 티켓·굿즈 거래 사기 피해를 최대 50만원까지 보상하는 ‘덕밍아웃 보험’을 출시했다. 하루 보험료는 약 1000원이다.
교보생명은 장시간 독서로 발생할 수 있는 시각·척추·근골격계 질환을 보장하는 ‘교보e독서안심보험’을 선보였다. 해당 질환으로 수술을 받을 경우 연 1회, 10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한다. 보험료는 1년 만기 주계약 1000만원 기준으로 30세 남성 710원, 여성 500원 수준이다.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교보라플)도 잦은 회식으로 인한 통풍·대상포진 진단비를 보장하는 ‘회식보험’, 식중독이나 손목터널증후군 수술을 보장하는 1000원 이하 보험료 상품 등 일상 속 다양한 리스크를 커버하는 미니보험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고객 접점 확대 효과…MZ세대 넘어 확산
보험사들이 미니보험에 열을 올리는 배경에는 고객을 플랫폼으로 끌어들이고 접점을 늘릴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는 금융사들에게 고객이 자사 모바일이나 웹사이트 등 플랫폼에 오래 머무는 것 곧 경쟁력이지만, 전통적 보험 상품은 계약 이후 사고가 없으면 접촉이 드물다. 반면 미니보험은 이런 간극을 줄여준다는 평가다.
김헌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모바일과 인터넷이 주류인 시대에 고객들은 대부분 휴대폰을 끼고 사는데 보험사들은 고객과 만날 기회가 적었다”며 “미니보험은 특정 활동이나 이벤트 때마다 간편하게 가입하고 이용할 수 있어 고객 접촉 빈도를 크게 높여주는 창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저렴한 보험료와 일상 리스크 보장 확대에 힘입어 미니보험에 대한 관심은 젊은 층을 넘어 다양한 연령대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외부 플랫폼과 제휴해 다양한 미니보험을 출시 중인 교보라플 관계자는 “제휴 채널별로 고객 성향이 다르지만, 최근에는 30~40대 유입이 늘었고, 토스처럼 이용자가 많은 플랫폼에서는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유입된 고객은 다시 수익성 높은 상품으로 연결되는 ‘업셀링’ 전략으로 이어진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미니보험은 저렴한 보험료로 고객을 끌고, 이를 통해 장기 보험 가입으로 이어지게 하는 ‘인기 상품’”이라며 “온라인 광고로 고객을 모집하는 비용과 비교할 때, 고객이 미니보험을 통해 직접 보장을 체험하고 보험금을 받아보는 과정이 오히려 더 저렴하게 고객을 끌어오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미니보험 시장에서 인공지능(AI)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본다. 미니보험은 이전에 없었던 보장들이 나오는 데다 개별 계약의 수익성이 낮아 보험금 지급이 보험료 수입을 초과할 위험이 항상 존재하기 때문이다. 김헌수 교수는 “AI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손해율을 빠르게 분석하고 요율(보험료율)을 즉시 조정할 수 있다”며 “보험사가 데이터를 축적하며 빠르게 개선해나갈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