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주요 금융사들이 세계 최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경영진과 잇따라 접촉하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신한금융 본사에서 ‘테더(Tether)’ 의 마르코 달 라고 부사장과 퀸 르 아태지역 총괄, 안드레 킴 중남미 매니저 등을 만났다. 진 회장은 지난달 22일에도 미국 대표 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인 서클의 히스 타버트 사장과 만나 현안을 논의했다.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달러 등 법정화폐와 연동돼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한 가상자산이다. 예컨대 가장 많이 거래되는 스테이블코인 ‘테더’는 1테더당 1달러의 가치를 갖는다. 발행량에 비례해 국채 등 환금성이 높은 자산을 준비금으로 보유해 안정성을 확보한다.
테더 경영진의 이번 방한 일정은 다른 금융지주사로도 이어지고 있다. KB금융에선 조영서 KB국민은행 부행장(인공지능·디지털전환 담당)이 10일 마르코 부사장 등과 회동할 예정이다. 우리금융그룹과 하나금융그룹은 지난달 26일 앞선 방한 때 테더 관계자들을 이미 만났다.
국내에서는 최근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 허용 방침을 공식화했다. 블록체인 기반 결제·송금 인프라 구축 지원도 예고했다. 특히 한국은행이 ‘은행 중심 모델’을 강조하는 만큼 서클·테더가 국내 금융지주와의 만남을 추진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금융권이 스테이블코인에 눈독을 들이는 배경에는 지급결제 수단으로의 확장 가능성이 있다. 특히 해외송금이나 실생활 결제 등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활용될 경우, 기존 예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은행권 움직임을 자극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이 실거래에 활용되기 시작하면 기존 예금 기반을 흔들 수 있다는 경계심이 있다”며 “스테이블코인이 미래 먹거리로 부상하는 만큼 선제적으로 대비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유통 관련 법안도 여럿 제출된 상태다. 앞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허용과 대통령 직속 디지털자산위원회 설치 등을 골자로 한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안도걸 민주당 의원은 가치안정형 디지털자산의 발행 및 유통에 관한 법률안을,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가치고정형 디지털자산을 활용한 지급 혁신에 관한 법률안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