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칠제’로 사고해야 합니다. 70%는 우리 진영의 가치 지향이 옳다고 보더라도, 30%는 상대방 주장의 합리성을 열린 마음으로 검토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이것이 바로 공화적 사고입니다.”
8·15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2일 쿠키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강조한 말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부부, 윤미향·최강욱 전 의원, 조 전 교육감 등 총 2188명에 대해 특별사면과 복권을 단행했다. 사면 이후 첫 공식 인터뷰에 나선 조 전 교육감은 ‘삼칠제’라는 공화적 접근법을 거듭 피력하며 성찰적 자세와 열린 사고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조 전 교육감은 10년간의 서울시교육감 행정 경험과 지식인 활동을 돌아보며 “우리 사회의 민주·진보 담론은 변화하는 시대와 국민 정서에 맞춘 확장과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양한 삶의 조건과 다른 생각을 가진 대중들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에 맞는 진보의 틀을 새롭게 짜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재임 기간 혁신학교와 자율형 공립고 확대, 무상급식과 고교 무상교육 정착, 고교학점제 시범 운영 등을 추진하며 ‘민주시민교육’을 서울교육의 중심 가치로 세웠다. “당시 교육정책은 민주주의와 평등, 자율의 원리를 현장에 뿌리내리기 위한 실험이었다”고 회고한 그는 “앞으로는 그 경험을 토대로 더 큰 세계를 향한 교육 비전을 제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전 교육감은 앞으로 한국 진보 교육과 정책에서 주목해야 할 핵심 방향으로 두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는 ‘공화형 진보’, 둘째는 ‘트랜스내셔널 진보’다. 그는 “민주 개혁적 성격의 진보는 대중의 정서 변화에 부응하는 공화적 가치를 담아야 하고, 나아가 국경과 민족의 경계를 넘어선 초국가적 차원의 진보로 확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공화적 접근법과 관련해 “정치 불신과 갈등 증폭으로 사회가 불안정해지는 상황에서 공화적 사고는 공동체의 안정성과 질서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지구시민학교’와 ‘세계시민교육’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조 전 교육감은 “지난 10여년 간 진보 교육감,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혁신 교육의 가치는 민주시민 양성이었지만, 이제 국경을 뛰어넘는 세계시민형 민주시민을 길러내야 한다”며 “생태·환경, 평화, 공정과 연대 같은 보편가치가 교육과정 속에 더 강하게 담겨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 전 교육감은 이재명 정부의 핵심 교육 공약인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그는 “여야를 막론하고 상당한 공감대가 있는 사안”이라며 “정책 방향이 얼마나 바람직하게 설계·실행되느냐가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조 전 교육감은 이 정책이 △대학 서열 완화와 초중등 교육 정상화 △지역 균형 발전 △AI 초격차 시대 연구 경쟁력 강화라는 세 가지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거점 국립대를 서울대 수준으로 육성하고, 지방 사립대와 로컬 국립대가 연합대학원으로 함께 성장하도록 설계해야 한다”며 “특성화 대학원 과정을 강화해 글로벌 연구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지방 청년들에게 숨 쉴 공간을 열어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다만 정책이 단순한 대학 확충에 그치지 않고, 판교밸리 같은 첨단 산업 거점을 전국적으로 확산해 지역별 자립권을 키우는 방향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학 입시 제도 개혁과 사교육 문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 공교육을 통해 영어 역량을 강화하고, 내신 절대평가 등 대입제도 개편과 함께 고교 서열화를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도한 입시 경쟁으로 자기 파괴적 관계성이 나타나서는 안 된다”며 “모든 학생이 잠재력을 발휘하고, 균형 잡힌 전인적 인격체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 행복교육”이라고 덧붙였다.
일례로 그는 입시 경쟁과 조기 영어교육의 부작용에도 주목했다. 그는 강남의 한 초등학교 사례를 언급하며, 영어 유치원 출신 학생들이 교실에서 소외되고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4세 고시반 입학을 위해 미국 초등학교 영어 과정을 마쳐야 하고, 시험에서 탈락하면 1년을 기다려야 하는 현실은 과도한 경쟁의 대표적 사례라는 것이다. 조 전 교육감은 “대한민국은 과한 입시 경쟁과 과잉 교육 사회”라며, 아이들의 성장을 해치지 않는 적정 수준으로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조 전 교육감은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 개편 방향도 제안했다. 그는 “합의 기구로서 국교위 정신을 살리기 위해 국민참여위원회를 국민참여 배심위원회로 바꾸고, 무작위 추첨으로 구성된 배심단이 의사결정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표성과 숙의성을 갖춘 시민 배심원제가 확산되면 협치의 새로운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향후 행보와 관련해 “교육 전문성을 살려 대입제도 개편, 사교육 문제 해결, 서울대 10개 만들기 같은 의제에 힘을 보탤 수 있다면 적극적으로 지원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또 “청년 리더와 학생들이 열린 세계주의적 마인드를 가진 소셜 리더로 성장하도록 돕고, 한국 시민사회가 지구촌을 품는 방향으로 확장되는 데 기여하고 싶다”며 “민주주의와 사회경제적 정의의 균형을 회복하는 데 영감을 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