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시즌 시간패가 속출하면서 바둑팬들로부터 바둑 외적인 조건으로 승부가 좌우되는 일이 잦다는 우려를 받았던 바둑리그가 이번 시즌 시간을 5초 늘리면서 변화를 꾀한다. 공식 프로 기전 역사상 처음으로 ‘10초 바둑’을 도입했던 바둑리그는 한 시즌 만에 ‘15초 피셔’로 전환했다.
11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2025-2026 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각자 1분에 추가 시간 15초를 주는 시간누적(피셔) 방식으로 진행된다. 처음 주어지는 생각시간 1분은 동일하고, 한 수당 추가되는 시간이 10초에서 15초로 5초 늘었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쿠키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10초가 속도감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너무 초속기라 실수도 많이 나와서 실력 외적인 것들이 승부에 영향을 줬다”면서 “관람하는 바둑팬들도 해설 내용과 선수들이 둔 수의 의미를 파악하기가 어려운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바둑리그 감독, 선수들 의견 청취와 관계자 논의 끝에 15초로 조정했다”면서 “이를 통해 지난 시즌보다 바둑리그 대국의 질이 향상되고, 시청자들도 바둑리그를 더욱 잘 감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국기원은 바둑리그 모든 대국을 바둑TV를 통해 생중계하겠다는 모토로 지난 시즌 ‘초속기 바둑’이라는 양날의 검을 꺼내들었다. 이에 따라 1국부터 5국까지 순차적으로 진행을 하면서 모든 대국을 바둑팬들에게 실시간 생방송으로 전했다. 이 과정에서 스릴 넘치는 재미와 함께 불안한 장면들도 종종 연출됐다. 시간패도 다섯 차례 나왔고, 사실상 시간패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착점하지 않은 손으로 시계를 누르는 ‘반칙’도 등장했다.
바둑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반칙 상황에 대한 심판의 오심으로 심판이 자진 사임하는 일도 발생했다. 지난 3월7일 쿠키뉴스가 단독 보도한 ‘[단독] 손근기 심판 ‘오심’ 인정…한국기원, 징계 논의 착수’ 기사 이후 손근기 심판은 징계 절차 개시 전에 스스로 물러났다. 이 사태 이후 한국기원은 심판마다 다른 개입 기준을 정립하기 위해 ‘심판 개입 규정’을 신설하기도 했다.

지난 시즌 10초 피셔룰로 진행한 바둑리그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프로기사와 현역 바둑리거들은 “역대 바둑리그 중 관전하는 재미로만 보면 최고였다”는 호평을 내놓은 반면, 바둑팬들은 “실수가 너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시간을 조금 늘렸으면 좋겠다”는 반응이었다. 이를 절충한 결론이 15초 바둑인 셈이다.
이번 시즌 바둑리그에서는 반칙이나 시간패 같은 해프닝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는 시각도 있다. 초속기 바둑을 처음 둬봤던 프로기사들은 지난 시즌 내내 줄어든 생각시간에 적응하기 위한 훈련을 거듭했고, 이에 따라 리그가 후반부로 가면서 선수들이 대체적으로 초반보다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온라인 바둑 플랫폼을 통해 15초 대국을 해본 프로기사들 또한 입을 모아 “10초와 15초는 생각보다 차이가 꽤 크다”고 말한다. 지난 시즌 시행착오를 겪은 바둑리그가 이번 시즌에는 늘어난 시간과 선수들의 지속적인 훈련을 바탕으로 바둑팬들에게 사랑과 지지를 받는 시즌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한편 2005-2026 바둑리그는 KB국민은행이 타이틀 스폰을 맡고 참가팀과 운영 방식은 지난 시즌과 동일하다. 순위 기준으로 영림프라임창호, 원익, 수려한합천, 마한의 심장 영암, GS칼텍스, 정관장, 울산 고려아연, 한옥마을 전주 등 8개 팀이 출전한다. 포스트 시즌 결과를 통해 지급하는 상금은 우승 2억5000만원, 준우승 1억원, 3위 6000만원, 4위 3000만원이다. 상금 외에 별도로 매 라운드마다 승리 팀에 1400만원, 패배 팀에 700만원의 대국료가 지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