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금보호한도를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한 지 일주일이 넘었지만, 시중은행 자금이 저축은행 등 2금융권으로 대거 이탈하는 ‘머니무브’ 현상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 시중은행 대비 저축은행 금리가 고객을 유인할 만큼 높지 않은 데다, 저축은행이 경쟁적으로 금리를 높여 예·적금을 유치할 여건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11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정기예금 잔액은 8일 기준 958조840억원으로 집계됐다. 8월 말(954조7319억원)보다 3조3521억원 늘어난 수치다. 정기적금 역시 약 1주일 만에 44조2737억원에서 44조5944억원으로 3207억원 증가했다.
업계는 시중은행의 자금 이탈이 발생하지 않은 원인으로 저축은행 금리가 고객이 체감할 만큼 높지 않은 점을 꼽았다. 통상 시중은행 대비 저축은행의 금리가 최소 0.8%포인트(p)~1%p 이상 높아야 경쟁력이 생긴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5대 은행과 주요 저축은행의 11일 기준 정기예금 금리 수준은 모두 2%대에 머물렀다. NH농협의 주요상품(NH올원e예금·NH내가Green초록세상예금·NH왈츠회전예금 II) 금리는 2.5%대를 기록했다. 신한(쏠편한 정기예금), 우리(WON플러스예금), 하나(하나의정기예금), KB국민(KB Star 정기예금)은 모두 2.45%로 집계됐다. OK·SBI·웰컴 등 저축은행 역시 정기예금 금리 수준이 2.70%~2.80% 사이에서 형성돼 시중은행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최고 금리를 적용한 상품끼리 비교해 봐도 차이는 크지 않았다. NH농협은행의 ‘NH고향사랑기부예금’의 금리는 2.60%로, 5대 은행 상품 중 가장 높다. 최고 금리를 내건 동양·참 저축은행 정기예금 상품(3.26%)과 견주었을 때 불과 0.66%p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정기적금 금리 역시 고객이 5대 은행에서 저축은행으로 자금을 옮길 만큼 뚜렷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5대 은행의 정기적금 평균 금리는 3.17%로 저축은행(3.25%)보다 0.08%p 낮은 수준에 불과하다. 하나은행의 ‘내맘적금(2.60%)’을 제외하면 국민·우리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의 상품 금리는 모두 3%대였다. 저축은행 역시 OK저축은행(2.50%)을 빼면 IBK·웰컴저축은행 등이 3%대 금리를 제시해 시중은행과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이었다.
저축은행은 이자 비용 부담 때문에 예·적금 유치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6.27대출 규제로 자금 운용 여력이 제한된 영향이 크다. 높은 연체율도 부담이다. 저축은행의 올해 1분기 말 연체율은 9%대까지 치솟았다. 2분기 들어 부실채권 정리 및 충당금 적립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연체율은 7.53%로 낮아졌지만, 시장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보수적인 대출 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금리를 올려 수신을 확대하는 것도 당분간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