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에 네덜란드를 입혔다…부킹닷컴 ‘드 한옥’으로 여는 체험형 숙박 [현장+]

한옥에 네덜란드를 입혔다…부킹닷컴 ‘드 한옥’으로 여는 체험형 숙박 [현장+]

전통 건축에 네덜란드 감성 결합…K-컬처를 공간으로 확장
지속 가능성·웰니스·공동체 가치 담아 OTA 산업 새 방향 모색
업계 “체류형 소비 촉발…체험형 숙박 경쟁 본격화할 것”

기사승인 2025-09-16 16:42:54
서울 가회동에 위치한 드 한옥 숙소 전경. 심하연 기자

한국적인 멋이 스민 서울 북촌 골목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면 언덕 위에 한옥 숙소가 모습을 드러낸다. 한옥의 고요함에 네덜란드 감성을 더해 완성된 ‘드 한옥(De Hanok)’이다. 

신지은 부킹닷컴 한국 지사장은 16일 서울 북촌에서 열린 부킹닷컴 드 한옥 간담회에서 “‘드 한옥(De Hanok)’ 프로젝트를 통해 전통 건축을 치유와 회복의 공간으로 재해석하고, K-컬처를 공간 체험으로 확장시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날 기자가 방문한 드 한옥의 앞마당에선 북촌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객실 곳곳에는 한국적 멋을 살린 오브제와 화려한 색감의 꽃 장식이 어우러져 전통과 현대가 조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번 프로젝트는 부킹닷컴의 한국 진출 13주년을 기념해 마련됐다. 서울 북촌의 ‘북촌빈관 by 락고재’ 한옥 공간에 네덜란드 디자이너와 일러스트레이터, 인테리어 브랜드가 참여해 전통 구조와 현대적 감각을 결합했다. 한옥 특유의 목재 기둥과 마루를 유지하면서, 코랄·라일락 계열의 색채와 현대적 가구·벽지를 더해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단순 숙박을 넘어 건축과 예술이 교차하는 ‘체험형 공간’으로 기획된 것이다.

신 지사장은 이날 발표에서 한옥의 가치를 △디자인 △지속 가능성 △치유 여행 △지역 공동체와의 연결이라는 네 가지 키워드로 설명했다. 그는 “한옥은 기후 변화에 적응하는 저탄소 주거 형태이자, 온돌과 정원이 여행자에게 치유와 휴식을 제공하는 공간”이라며 “AI 기반 맞춤형 추천을 통해 세계 여행자들이 보다 쉽게 한옥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부킹닷컴은 매년 ‘지속 가능한 여행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올해 조사에서 응답자의 93%가 ‘친환경적 선택’을 원한다고 답했다. 신 지사장은 이와 연결해 “한옥은 지역 자원으로 지어지고, 장인들의 기술을 보존하며, 공동체에 활력을 불어넣는 지속 가능한 숙소”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기와·한지·목재를 활용한 전통 건축은 이미 탄소발자국을 최소화한 친환경적 구조로 평가받는다.

이번 프로젝트는 K-컬처 확산의 맥락에서도 의미를 가진다. K-팝이나 드라마 같은 대중문화가 빠른 속도와 강렬한 색채를 대표한다면, 한옥은 고요하고 느리며 깊은 회복을 담아내는 또 다른 한국 문화의 얼굴이라는 것이다. 신 지사장은 “케이컬처를 건축과 공간으로 확장해 보여주고 싶다”며 “한옥은 단순히 과거의 상징이 아니라 미래 여행의 새로운 틀”이라고 했다.

드 한옥 숙소 내부 모습. 심하연 기자

이어진 질의응답 세션에선 규제와 마케팅 전략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한옥 민박 상당수의 불법 영업 논란과 관련해 부킹닷컴의 관리·차별화 전략을 묻는 질문에 신 지사장은 “지역 규제를 철저히 준수하는 것을 전제로, 한옥을 단순한 건축물이 아닌 ‘체험 가능한 문화 콘텐츠’로 알리겠다”고 답했다.

이어 “글로벌 마케팅 네트워크와 충성도 높은 회원층을 기반으로 한옥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확산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프로젝트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K-팝 공연이나 드라마 촬영지 중심으로 소비되던 K컬처가 이제 건축과 공간 경험으로 확장되는 사례”라며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단순 숙박이 아니라 ‘체류형 소비’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여행 플랫폼 관계자는 “체험형 숙박은 전 세계 플랫폼이 주목하는 분야지만, 전통 한옥이라는 로컬 자산과 연결했다는 점이 차별적”이라며 “앞으로 OTA들이 단순 예약 기능을 넘어 콘텐츠 기획과 공간 경험을 결합하는 방향으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
심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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