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체질개선 칼 빼드나…전사로 ‘희망퇴직’ 확산

LG전자, 체질개선 칼 빼드나…전사로 ‘희망퇴직’ 확산

2023년 이후 2년 만의 대규모 구조조정…"4년 내 인력 40% 감축 목표"

기사승인 2025-09-19 06:00:25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있는 LG전자 본사 트윈타워의 모습. 연합뉴스 제공.

LG전자가 TV사업 부진을 넘어 전사 희망퇴직을 단행하며 뼈를 깎는 ‘체질 개선’에 나섰다. 2023년 이후 2년 만의 대규모 구조조정이다.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글로벌 가전 불황과 신사업 전환 속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반면, 핵심 인력 유출과 사기 저하 등 후폭풍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사 확대된 희망퇴직, “40%까지 인력 감축 계획”

19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달 TV를 맡는 미디어엔터테인먼트솔루션(MS) 사업본부에서 시작한 희망퇴직을 생활가전(HS), 전장(VS), 냉난방공조(ES) 등 전 사업본부로 확대했다.

대상은 만 50세 이상 직원이나 저성과자이며, 자발적 신청에 한해 최대 3년치 연봉과 2년치 자녀 학자금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업계에서는 회사가 향후 4년 내 전체 인력의 40%를 줄이는 목표를 세우고,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부적으론 이미 임원 축소와 조직 경량화가 진행 중이다. MS사업본부는 올 2분기 임원 수를 기존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이며 구조조정의 칼을 먼저 댔다.

TV사업 ‘2000억대 적자’가 방아쇠

구조조정의 직접적인 계기는 TV사업의 급격한 실적 악화다. MS사업본부는 2분기 영업손실 1917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1분기에도 매출 4조9503억 원에 영업이익 49억 원으로, 사실상 수익이 없는 수준이었다. 지난해까지 흑자를 유지하던 핵심 사업부가 올해 들어 급격히 흔들린 것이다.

전사 실적도 흔들렸다. LG전자는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20조7400억원, 영업이익 6391억원을 기록했다. 생활가전은 코로나19 특수 종료 이후 북미·유럽 판매 둔화가 이어졌고, 로봇·구독서비스 등 신사업은 아직 수익화 단계에 오르지 못했다. LG전자 측은 미국 통상정책 변화로 인한 관세 부담, 중동 지정학 리스크, 물류비 상승을 실적 하락 요인으로 꼽았다.

“생존 전략이냐 vs 핵심 인력 유출 우려냐”

업계는 이번 구조조정을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선 ‘생존 전략’으로 평가한다. 인건비와 고정비 부담을 줄여야만 AI·전장 등 미래 투자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절박함이 전사적 구조조정으로 이어진 것이다.

하지만 이번 대규모 희망퇴직이 가져올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희망퇴직 과정에서 핵심 인력까지 이탈할 가능성이 높고, 남은 직원들의 사기 저하도 불가피하다. 특히 TV 부진을 이유로 한 수직적 비용 절감이 오히려 전장·가전 등 성장 축의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조·현장 반응과의 충돌 가능성도 변수다. 회사 측은 “인력 선순환·조직 역동성 제고를 위한 자발적 신청”이라 설명하고 있으나, 현장에선 사실상 강제 전환이라고 받아들일 우려도 나온다. 

과거 LG전자는 2019년 스마트폰 사업 철수 당시 대규모 희망퇴직과 사업정리를 한 바 있다. 당시에도 미래 사업 집중을 위한 선택과 집중 전략의 일환이었지만, 조직 내 후폭풍은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 "균형적 구조조정이 성공 관건"
 
전문가들은 이번 구조조정이 단기적인 비용 절감 효과는 있겠지만, 근본적인 경쟁력 회복을 위해서는 보다 종합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TV사업의 경우 중국 업체와의 가격 경쟁보다는 프리미엄 차별화 전략을 통한 수익성 개선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한 업계 관계자는 “AI, 스마트홈, 전장으로의 전환은 불가피하다”면서도 “핵심 기술과 조직 노하우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균형을 맞추는 것이 구조조정 성공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혜민 기자
hyem@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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