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수소 시장 열었지만…해결과제 산적

세계 최초 수소 시장 열었지만…해결과제 산적

- 청정수소 입찰시장, 지난해 대비 개설물량 ‘절반’
- 발전단가 현실화 난항, 수소 혼소발전 유지 가능성도 ‘흔들’
- 수소 원료 수입 80%, 의존도 높지만…운송 인프라 후발주자

기사승인 2025-09-23 06:00:23 업데이트 2025-09-23 11:50:33
한국남부발전 삼척그린파워 암모니아 저장탱크 조감도. 한국남부발전 제공 

한국 정부가 2020년 세계 최초 수소법 제정을 시작으로 지난해 세계 최초 청정수소 입찰시장을 개설하며 ‘글로벌 수소산업 생태계 선점’ 목표 달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발전단가 등 현실적 제약 속에 올해 개설물량이 반토막 나면서 시장 활성화가 좀처럼 이뤄지지 못하는 데다, 정부 기조 변화, 원료 운송 인프라 등 변동성과 보완점도 혼재해 갈 길이 멀었다는 분석이다.

23일 전력당국에 따르면, 올해 청정수소 발전시장 입찰자 등록 절차가 다음 달 17일까지 진행된 후 31일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된다. 

청정수소는 수소 1kg을 생산할 때 온실가스 배출량이 4kgCO₂e 이하인 수소를 말한다. 현재는 블루수소와 그린수소가 이에 해당한다. 앞서 지난해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청정수소 입찰시장을 개설하고 총 6500GWh(기가와트시) 규모의 물량에 대한 입찰을 진행했으나, 발전단가를 맞추지 못해 4개 입찰 발전사 중 한국남부발전(750GWh, 전체의 11.5%)만 낙찰되는 데 그쳤다.

이에 올해는 절반 규모인 연간 3000GWh의 개설물량만 마련됐다. 그러면서 정부는 올해부터 입찰가격에 환율 변화를 연동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계약물량의 이월 범위를 넓히는 등 사업자 보호 장치를 추가했다.

그러나 정작 기업들이 발전단가를 낮춰 입찰할 수 있었던 방법인 석탄-암모니아 혼소 방식이 향후 15년이라는 상업운전 기간 동안 유지될 수 있을지 여부부터 관건이다. 대부분의 석탄화력발전소가 2044~2047년 사이 수명이 만료되는 가운데, 새 정부 들어 2040년까지 이들 발전소의 조기 폐지를 완료하겠다는 계획을 밝혔기 때문이다.

지난해 유일한 낙찰자였던 남부발전은 기존 석탄화력발전소인 삼척그린파워 1호기에 청정 암모니아를 20% 혼합해 연소하는 혼소발전을 2028년부터 진행하는 조건으로 발전단가를 현실화했다. 올해 역시 혼소 방식 입찰 참여 기업 비중이 높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전력거래소 공고문에 따르면 청정수소 낙찰기업은 연말 본 계약 체결 후 약 4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15년간 상업운전을 하게 된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선 수소 전소로 발전량을 맞추기엔 인프라가 사실상 전무하고, 발전단가도 크게 뛸 수밖에 없다”면서 “어쩔 수 없이 수소 혼소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현재 입찰시장 정책과 석탄화력발전소 조기 폐지 정책이 크게 상충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암모니아 운반선(VLAC)의 모습. 삼성중공업 제공 

원료 운송 인프라도 아직…“제도적 기반 마련 시급”

세계 최초 타이틀을 갖고 있는 것에 비하면, 수소 원료 운송 인프라도 목표치 대비 부족한 실정이다.

우리 정부는 2050년까지 수소가 한국 최종에너지 소비의 33%를 차지하도록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이는 연간 약 2790만톤의 수소가 필요한 셈이다. 다만 한국은 국토가 좁고 재생에너지 자원이 적어 약 80% 이상의 원료를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미국특허청(USPTO)에 등록된 한국의 암모니아 수소 운송 기술 특허는 0건(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수소경제 달성을 위한 수소 운송·저장 기술주권 확보 전략’ 보고서)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24건), 일본(10건), 독일(7건), 중국(2건) 등 주요국 행보 대비 더딘 모습이다. 또 다른 운송 기술인 액화수소 기술도 특허 점유율 5.4%로 주요국 중 최하위, 액체유기수소운반체(LOHC) 기술은 15.8%로 3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체인 수소를 질소와 결합해 저장·운송량을 대폭 늘릴 수 있는 암모니아 크래킹(분해) 기술 및 운송 인프라를 선점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16일 인천 송도 홀리데이인송도에서 열린 ‘2025 인천미래에너지포럼’을 통해 “2011년 롯데정밀화학이 암모니아 생산을 중단한 이후 우리나라는 암모니아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글로벌 수소 공급망이 확대되고 있고 국제 수소 교역에서 암모니아가 중심적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큰 만큼,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는 데 필요한 제도적 기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정부의 제도적 지원과 관심이 동반돼야 한다는 제언이다. 앞서 정부는 2040년까지 수소 발전용 연료전지 15GW 보급을 목표로 내세웠으나, 지난달 기준 발전용 연료전지 보급량은 1GW 규모로 7% 수준이다. 수소산업 전체 예산도 2023년에 3339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24년 2807억원, 올해 2610억원으로 감소세에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한국 수소 정책은 기술적 불확실성을 반영하지 않은 공격적 보급 목표 설정이 문제”라며 “그린수소 등 청정수소 생산과 이용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되 무리한 보급 목표 대신 R&D 성과와 시장 현실을 반영한 전략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김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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