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EU는 15%… 한국차만 25% 관세에 발목 ‘불리한 경쟁’

日·EU는 15%… 한국차만 25% 관세에 발목 ‘불리한 경쟁’

韓만 25%… 협상 교착이 불러온 역차별
산업·소비자 모두 압박… 기업 부담 장기화 우려

기사승인 2025-09-25 16:37:30
한국의 최대 자동차 수출 시장인 미국으로의 올 8월 수출이 작년 8월보다 15.2% 감소했다. 연합뉴스 

미국 행정부가 24일(현지시간) 유럽산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율을 15%로 확정했다.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15% 관세율을 적용받으며 잇따라 부담을 덜게 된 반면 한국산만 25% 관세를 안고 미국 시장에서 경쟁하게 됐다.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는 24일(현지시간) 미국 행정부가 자동차와 부품에 대한 관세율을 기존 27.5%에서 내리기로 확정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관세율은 지난 8월 1일 기준으로 소급 적용된다. 

미 상무부와 무역대표부(USTR)는 25일 정식 관보 게재 하루 전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사전 공개 자료를 발표했다. 사전 공개 자료에 따르면 8월 이후 15%를 초과해 관세를 부담한 유럽 기업들은 이를 환급받을 수 있다. 이번 조치는 EU가 미국산 공산품 관세를 없애고 일부 농수산물 시장을 개방하는 법안 마련을 전제로 한다. 

앞서 일본은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자동차 관세율을 15%로 확정했다. 반면 한국은 지난 7월 한·미 간 합의 당시 25%에서 15%로 내리는 틀에 합의했으나, 미국 측이 대규모 현금 투자와 통화스와프(통화 맞교환) 등 과도한 조건을 내걸면서 후속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 이에 따라 한국산 차량만 고율 관세에 묶인 것이다. 

한국산 차의 경우 올해 초까지만 해도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무관세 적용을 받아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 그러나 지난 4월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전쟁’에 돌입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이 2025 현대차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산업 전반으로 번지는 충격

문제는 산업적 파급력이다. 현대차·기아는 최근 미국 시장에서 SUV와 전기차를 앞세워 판매 호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우리나라에만 적용된 ‘관세 25%’는 가격 경쟁력 악화로 이어진다. 일본과 EU 브랜드는 관세 인하 효과로 가격을 낮추거나 마케팅에 투입할 여력이 생기는 반면, 한국 브랜드만 상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에 놓이게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은 관세를 오로지 회사 차원에서 부담하고 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CEO는 지난 18일 ‘2025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관세가 있다고 해서 당연하게 가격 인상을 고려하진 않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4월 이후 지금까지 공식적인 가격 인상은 없었다. 당장의 손실보다 고객 보호를 우선한 것이다.

다만 관세 부담을 기업이 떠안는 방식은 단기적 방편일 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관세 부담이 고스란히 기업 내부 이익 감소로 이어져 장기화될 경우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기아는 관세율 15%에서만도 연간 약 6조원의 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며 “현지 공장 내수 공급 확대와 가격 인상 병행을 통해 단기적 충격을 방어하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우려는 전문가들도 제기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한국산 자동차만 25% 관세에 묶이면서 적자 구조가 누적될 수 있다”며 “구체적 내용을 APEC에서 논의하게 될 것이라 예상하는데 국익 차원에서 제대로 된 협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완성차 산업은 국내 산업 생태계의 기반인 만큼 관세 부담을 기업에만 맡겨선 안 되고, 정부가 추경예산 등을 통해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또 관세 차별이 장기화될 경우 소비자 선택에도 직접적인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진단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미국 소비자들은 자동차 구매 시 가격을 가장 중시하는데, 일본 차는 품질 인식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며 “그동안 한국 차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 덕분이었지만, 관세 차별로 이 무기를 잃게 되면 소비자 선택이 일본 차로 기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결국 관세 불균형이 해소될지는 향후 한·미 협상에 달려 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고율 관세가 지속되는 만큼, 한국 차의 미국 내 판매 부담은 불가피해 보인다. 설령 15%로 낮아지더라도, 기존 무관세에서 크게 오른 수준이어서 장기적으로는 현지 생산 확대와 라인업 조정 등 ‘관세 리스크 회피 전략’이 업계의 핵심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김수지 기자
sa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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