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집값에 팔 걷어붙인 서울시…“한강벨트 중심 31만 가구 착공”

치솟는 집값에 팔 걷어붙인 서울시…“한강벨트 중심 31만 가구 착공”

인허가 개선·규제 혁신…정비사업 가속화
한강벨트 등 선호 지역에 19만8000호 집중

기사승인 2025-09-29 18:01:44
지난달 서울 광진구와 성동구 일대의 전경. 곽경근 기자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18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사업 속도를 앞당겨 주택 공급 확대를 꾀한다. 수요에 맞춘 공급을 통해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오는 2031년까지 31만 가구 착공을 목표로, 집값 오름세를 주도하는 ‘한강벨트’ 등 주요 지역에 전체 물량의 63.8%를 집중시킬 방침이다.

시는 29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주택 공급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지난 2021년 도입된 ‘신속통합기획(이하 신통기획)’의 후속 격으로, 재개발·재건축 사업 추진 가속화를 넘어 인허가 절차 개선을 통한 공급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

신통기획 시즌2는 정비 사업 전체 과정 중 더디게 진행되던 인허가 구간에서 불필요한 절차를 덜어내는 데 주력한다. 여기에 행정적 지원도 확실하게 제공해 기존 정비 사업 기간인 18.5년을 최대 6.5년 단축할 계획이다. 목표는 6년간 31만 가구 착공으로, 이 가운데 19만8000호(63.8%)는 강남3구를 비롯한 ‘한강벨트’ 등 수요가 많은 지역에 집중됐다.

이러한 대책이 마련된 배경에는 과열된 서울 집값이 있다. 29일 KB국민은행의 9월 전국 주택가격 동향 발표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달 대비 0.82% 늘어난 14억3621만원으로 18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송파·강동·광진구 등 이른바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상승률이 높게 나타났으며, 강남 11개구 평균은 처음으로 18억원을 넘어섰다.

시는 이번 대책을 통해 △환경영향평가 초안 검토 회의 생략 △전산 조회 간소화 △추정분담금 중복 검증 폐지 △관리 처분 타당성 검증 기관 확대 등 시민들이 사업 추진 속도를 체감할 수 있는 지원에 집중할 계획이다.

인허가 개선·규제 혁신에 집중…목표는 사업 가속화

우선 시는 각종 절차를 폐지·간소화한다. 통합 심의 전 진행하던 환경영향평가 초안 검토 회의를 생략해 2개월 이상 걸리는 심의 기간을 줄인다.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 단계에서 중복 확인했던 ‘재개발 임대주택 세입자 자격조회’도 1회(관리처분)로 바꿀 예정이다. 또 조합원 분양 공고 전 시행하던 ‘추정 분담금 검증 절차’는 관리처분 단계의 중복검증을 폐지해 4회에서 3회로 줄인다.

아울러 정비구역 내 전체 건축물에 대해 방대하게 작성하던 ‘해체 종합계획서’를 간소화하고, 실제 철거가 필요한 구역에만 해체계획서를 작성해 심의를 받도록 개선했다.

이에 더해 사업시행인가 과정에서 가장 오래 걸리던 부서 간 협의와 검증을 신속하게 처리한다. 그동안 부서 간 이견 발생 시 일일이 사업시행자(조합)가 의견을 조율하던 기존 방식을 벗어나, 시가 ‘협의 의견 조정 창구’를 직접 마련·가동해 기간을 단축할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부터는 한국부동산원에서만 진행하던 ‘관리처분 계획 타당성 검증’을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에서도 처리해 진행 속도를 높인다.

법적 손실보상에서 제외된 세입자도 이주 비용을 보상해 갈등 없이 신속하게 사업을 추진한다. 재개발사업은 사업시행자가 세입자에게 의무적으로 손실 보상을 해야 하지만, 세입자 변경 시엔 보상에서 제외돼 이주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하곤 했다. 

시는 조합이 추가 보상을 하면 그만큼 용적률 인센티브로 돌려줄 방침이다. 세입자를 보호하고 조합 부담은 줄이기 위해서다. 현행 도시정비법은 세입자 손실보상 기준에 따라 보상하는 경우 용적률의 100분의 125 범위에서 조례로 용적률을 완화해 정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 외에도 정비사업 추진 과정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정비구역 면적과 정비기반시설 규모를 비롯해 가벼운 변경 사항은 구청장이 직접 인가하도록 자치구에 권한을 확대 부여한다. 이를 위해 시는 올해 안으로 도시정비조례를 개정할 방침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9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기자설명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노유지 기자

2031년까지 한강벨트 등 선호 지역에 19만8000호 착공

시는 신통기획 시즌2를 본격 가동해 2031년까지 총 31만 가구 착공, 2035년까지 37만7000가구 준공 계획이다. 현재 정비구역 지정을 앞둔 사업장과 모아주택 등 소규모정비사업, 리모델링 물량까지 더하면 최대 39만 가구 이상 공급이 가능한 물량이라고 시는 밝혔다.

특히 한강벨트·강남3구 등 시민 수요가 많은 지역에 전체 착공 물량의 63.8%에 이르는 19만8000가구를 집중시켰다. 신속한 주택공급은 물론 실질적인 집값 안정을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서울 주택공급 문제 해결의 핵심은 민간 중심의 정비사업, 특히 강남 3구를 비롯한 주요 지역에 충분한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민간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시민들이 원하는 곳에 양질의 주택을 더 빨리 공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지역 편중과 단기 시장 안전장치 부재에 대한 우려를 표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전체 공급의 63.8%를 한강벨트·강남권에 집중시키는 것은 균형발전과는 거리가 있고, 강북·외곽 지역의 상대적 박탈감을 심화시킬 수 있다”며 “발표 직후 발생할 수 있는 투기적 수요를 제어할 구체적 대책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오 시장은 시장 과열 우려를 두고 “단기적으로 그런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시의 주택 공급 노력이 부동산 가격 안정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송 대표는 “10년 동안 공급이 본격화하기 전까지는 심리적 불안이 반복될 수 있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추가 지정하지 않는다고 밝힌 상황에서는, 거래량 급증 지역에 대한 모니터링 등 과잉 수요를 억제할 다른 수단 카드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노유지 기자
youjiroh@kukinews.com
노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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