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이자 장사’라는 비판을 정면 돌파하기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오는 2030년까지 80조원을 투입해 생산적 금융 전환과 포용 금융 확대에 나선다. 주택담보대출 위주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 바이오 등 첨단 산업 투자를 대폭 확대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임 회장은 29일 ‘우리금융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 최고경영자(CEO) 합동 브리핑’을 개최했다. 브리핑에는 임 회장과 우리은행 정진완 행장을 비롯해 증권 남기천, 보험(ABL) 곽희필, 저축은행 이석태, 자산운용 최승재, 벤처파트너스 김창규, PE 강신국 등 자회사 CEO가 참석했다.
이날 임 회장은 단상에 올라 추진 계획을 직접 발표했다. 그는 “이자 장사 지적의 이면에는 부동산 금융에 치중하는 데 대한 비판이 담겨 있다”며 “이런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AI·바이오·방산 73조·포용금융 7조 투입
이번 프로젝트는 향후 5년간(2025년~2030년) 총 80조원을 △생산적 금융(73조원) △포용금융(7조원)으로 구분해 투입하는 게 골자다.
먼저 우리금융은 정부가 추진하는 국민성장펀드에 10조원 규모를 투자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보고대회에서 국민성장펀드 150조원을 제시한 이후 민간 첫 추진 사례다. 민간·국민기금 75조원 중 약 13%를 담당한다.
이에 더해 그룹 자체투자 7조원, 융자 56조원 등 총 73조원을 생산적 금융에 투입한다. AI, 바이오, 방위산업 등 10대 첨단 전략산업에 속한 대표 기업에 자금이 집중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첨단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모험자본 투자금도 확대한다. 초기 스타트업부터 스케일업, 프리(Pre)-IPO, IPO 등 성장단계별 맞춤형으로 5년간 총 1조원의 모험자본을 공급한다.
우리금융이 투자비를 대폭 늘린 것은 정부 기조에 발을 맞추는 동시에, 이자 수익에만 의존하던 기존 성장 방식에서 벗어나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임 회장 역시 “여신과 이자수익이 아닌 투자를 통한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융자 56조원은 한국 산업 생태계 지지기반으로 활용한다. △K-Tech 프로그램 19조원 △지역 소재 첨단 전략산업 육성 16조원 △혁신 벤처기업 지원 11조원 △국가 주력산업 수출기업 지원 7조원 △우량 중소기업 첨단 인력 양성 및 소상공인 금융 지원 3조원 등으로 구성됐다. 임 회장은 “기업 한 곳만 지원해서는 산업 유지가 어렵다”면서 “56조원의 융자로 지난 5년간 4%에 그친 기업대출 성장률을 향후 10%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소상공인, 취약계층의 경제적 재기를 지원하기 위한 포용 금융에는 7조원이 투입된다. △서민금융대출 등 상생금융 확대(7조원) △상생·보증대출 재원 출연 등 소상공인 금융지원(480억원) △배드뱅크 지원 등 정부 연계사업(1000억원)으로 구성됐다. 우리금융은 7조원의 포용금융으로 연간 11만명씩 5년간 총 55만명의 소상공인이 혜택 볼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저신용 차주 등에 금리 인하로 금융 비용을 덜어줄 방침이다. CB(외부신용등급) 7등급 이하 저신용등급 신규고객에게 0.3%p 금리인하를 새로 적용한다. 기존 성실상환고객 중 CSS(은행자체신용등급) 4~7등급에게는 0.4%p, CSS8등급 이하에게는 1.5%p 금리인하 등을 통해 재기를 돕는다.
자회사 평가시 생산적·포용 금융 배점 ‘최대 30%’
우리금융은 이번 프로젝트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경영 시스템도 바꾼다. 자회사 성과 평가시 생산적·포용 금융 배점을 최대 30% 비중으로 신설할 계획이다. 첨단전략산업 및 관련 생태계 여신 지원 시 KPI 평가 우대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먼저 기업여신 프로세스 전반에 AI 지원 기능을 도입한다. 서류 등록부터 지원대상 선정을 비롯해 △심사 지원 △서류 진위 및 정보 검수 △여신 사후관리 등 기업여신 프로세스 전반에 AI지원 기능을 적용한다.
은행에 투자전담 심사조직을 신설하고 그룹신용평가모형도 고도화한다. 비은행 자회사의 심사 프로세스도 은행 수준으로 끌어올린다. 안정성 확보를 위해 동일 기업에 대한 직·간접투자의 중복 여부를 모니터링한다.
‘생산적 금융 전담조직’도 신설한다. 첨단전략산업 지원을 위해 △중소기업 특화채널(BIZ프라임센터)에 AI, 반도체 등 업종별 전담팀 신설 △여의도 FI기업영업본부를 ‘생산적금융 기업영업본부(가칭)’로 개편해 국민성장펀드 등 투자 확대에 집중할 계획이다.
우리금융은 이번 프로젝트로 재도약하겠다는 포부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 강화를 위한 절실한 마음에서 전체 계열사가 모두 나섰다”며 “자회사 역량을 총동원해 창업-성장-도약 등 성장단계별로 기업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프로젝트 완수를 통해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과 포용금융 확대를 이뤄 우리금융 지속성장 기반도 다질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