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성묘도 ‘디지털’로…QR 묘비·AI 추도·VR 성묘 확산

추석 성묘도 ‘디지털’로…QR 묘비·AI 추도·VR 성묘 확산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문화 정착…편의성↑ vs 동의·보안은 공백
공공 ‘온라인 성묘’ 정착, 민간 AI 추모 서비스 상용화…윤리 가이드라인 시급

기사승인 2025-10-08 06:00:06
프리드라이프의 디지털추모관 관련 이미지. 프리드라이프 제공


# 서울에 사는 50대 김모 씨는 거동이 불편해 이번 추석에 고향 성묘를 포기했다. 대신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온라인 추모 시스템에 접속해 가상 헌화와 추모글을 남겼다. 김 씨는 “장시간 장거리 이동이 부담스러웠는데, 이 방법도 나쁘지 않더라”고 했다.

전통적인 성묘 풍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묘비에 새긴 QR코드로 고인의 사진과 영상을 확인하고, AI로 재현된 고인의 음성과 대화하며, 메타버스 공간에서 원격 성묘를 하는 ‘디지털 추도’가 일상으로 스며들고 있다.

‘e하늘’로 22만명 추모…지자체·장례시설도 디지털 전환
 
보건복지부는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온라인 추모관 ‘e하늘’을 도입해 명절 연휴 기간 집중 운영 중이다. 온라인 제례·헌화·추모 글·사진·음성 올리기 등 다채로운 서비스를 제공한다. 2023년 추석에는 이용자가 약 22만명, 2021년 설에는 약 18만명이 몰린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9월26일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센터 화재로 현재는 일부 행정서비스 접속이 제한된 상태다.

인천가족공원을 비롯한 일부 지자체도 자체 온라인 성묘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이용자는 집에서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접속해 가상 헌화를 올리고, 추모 메시지를 남길 수 있다. 특히 해외 거주 가족이나 거동이 불편한 고령층의 이용이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장례식장과 추모공원은 위치 안내 키오스크와 모바일 안내 시스템을 도입했다. QR 묘비를 통해 온라인 추모관, 방명록, 추모 영상에 연결해주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브레인’과 상조회사 ‘프리드라이프’가 협업해 개발한 ‘리메모리2’소개 이미지. 딥브레인 제공


AI로 고인 목소리·표정 재현… 상조업계와 제휴도

민간에서도 ‘디지털 추모’ 서비스는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AI 기업 딥브레인AI의 ‘리메모리2’는 고인의 사진 몇 장과 짧은 음성만으로 얼굴·목소리·표정을 합성해 영상 편지 형식의 대화형 추모가 가능하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CES 2024 혁신상을 수상했으며, 상조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이용 채널을 확대 중이다.

온라인 추모·부고 플랫폼도 확산 중이다. 온라인 추모 플랫폼 ‘다큐다’는 모바일 영상 부고, 디지털 영정, 온라인 조문·부의 전달, 추모관 관리 등 기능을 통합 제공한다. 장례식장과 장례지도사를 위한 전용 앱으로 현장 업무를 연계해 운영하는 모델도 등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인력난과 위생관리 부담이 큰 장례시설 운영에 IT 기술이 효율을 높이고 있다”며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하면서 수요는 계속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례문화 디지털화…“편리하지만, 제도는 아직”

실제 현장 운영도 디지털화되고 있다. 일부 추모시설은 무인 키오스크·모바일 안내로 고인 위치를 찾게 하고, 온라인 성묘 가능 시설과 절차를 세분화해 안내한다.

하지만 편의성과 접근성이 높아진 만큼, 해결해야 할 과제도 뚜렷하다. 특히 동의 체계, 보안, 윤리 기준은 아직 제도화되지 않은 상태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은 원칙적으로 ‘살아 있는 자’의 정보만 보호 대상이므로, 사망자에 대한 AI 음성·영상 합성은 법의 사각지대에 있다. 그러나 유족의 정보가 함께 포함되거나, AI 재현물이 고인의 초상권·명예를 훼손할 경우 민형사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 장례 플랫폼 운영자는 “디지털 추모의 편의성은 분명하지만, 윤리 기준과 데이터 보안이 갖춰져야 진짜 신뢰받는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민 기자
hyem@kukinews.com
이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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