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회·빈대떡만 찾지 않아요”…광장시장, 관광객 K-뷰티·패션 놀이터로 [현장+]

“육회·빈대떡만 찾지 않아요”…광장시장, 관광객 K-뷰티·패션 놀이터로 [현장+]

마뗑킴·세터 등 패션 브랜드 잇따라 입점해 상권 재편
오프뷰티 1호점 등장에 일본·중국 관광객 발걸음
“전통과 트렌드 교차…서울 관광 새 축으로 부상”

기사승인 2025-10-17 06:00:31
광장시장 서문에 위치한 패션 브랜드 편집숍들. 심하연 기자

“지난해에도 한국에 와서 광장시장을 찾았는데, 그때와는 분위기가 전혀 달라요.”

16일 광장시장을 방문한 일본인 관광객 오카다(32·여) 씨는 구제 옷과 원단 가게가 늘어선 골목을 지나 마뗑킴과 세터 등 K-패션 브랜드 매장을 둘러보며 이렇게 말했다. 그의 손에는 화장품 쇼핑백과 한글 그래픽 티셔츠가 함께 들려 있었다. ‘전통시장’이라기보다 하나의 복합 문화 공간을 찾은 듯한 모습이었다.

120년 역사를 지닌 전통시장이 달라졌다. 육회와 빈대떡 등 전통 먹거리가 주된 콘텐츠였던 서울 광장시장이 이제는 외국인 관광객이 K-패션과 뷰티 브랜드를 한 번에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K컬처 소비 실험실’로 주목받고 있다. 명동·홍대·성수에 머물던 젊은 관광객의 소비 동선이 광장시장으로 확장되면서 색다른 경험을 쌓는 모습이다.

하이라이트브랜즈가 전개하는 브랜드 코닥어패럴는 지난 7월 플래그십 스토어 ‘코닥 광장 마켓’을 오픈했다. 심하연 기자

시장 입구에서 몇 걸음만 더 들어가면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오래된 구두 수선집과 원단 상점을 지나 골목으로 들어서면 프룻오브더룸, 키르시,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등 다양한 브랜드 쇼룸이 눈에 띈다. 그중에는 국내외 MZ세대가 주목하는 K-패션 브랜드 ‘마뗑킴’도 있다. 지난 7월에는 코닥어패럴이 네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를 개장했고, 이달 초에는 마뗑킴·세터·마리떼 등이 잇따라 문을 열며 상권의 풍경을 바꿨다.

단순한 매장 입점이 아니다. 마뗑킴 광장시장점은 약 38평 규모 공간에 그래피티 아티스트 범민 작가와 협업한 설치미술을 더해 브랜드 특유의 자유로운 무드를 구현했다. 서울 익스클루시브 라인과 한글 컬렉션 등 외국인 관광객이 ‘기념품처럼 패션을 소비’할 수 있도록 기획된 제품군도 눈에 띈다. 세터 매장은 광목천, 한지 시트, 간살 디테일 등 전통 소재를 활용한 인테리어를 통해 ‘한국적인 감성’을 더했다.

16일 도심형 뷰티 아울렛  ‘오프뷰티’ 1호점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화장품을 둘러보고 있다. 심하연 기자

패션뿐만 아니다. 올해 5월 문을 연 국내 최초 도심형 뷰티 아울렛 ‘오프뷰티’는 광장시장의 변화를 상징하는 또 다른 사례다. 매장 안으로 들어서면 일본어와 중국어 안내 방송이 흘러나오고, 창고형 구조를 그대로 살린 내부에는 다양한 뷰티 제품이 층층이 진열돼 있다. 입욕제부터 단백질 쉐이크, 토너, 브러시까지 다양한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이며, 대형 드럭스토어에서는 보기 힘든 구성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외국인 소비자들의 발길을 끌어당기고 있다.

일본인 관광객 다카하시 씨는 “한국에 오기 전에 미리 검색해봤는데, 이런 매장이 있다고 해서 일부러 이곳까지 찾아왔다”며 “가격이 저렴할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는 보기 힘든 신기한 브랜드가 많아 눈여겨보게 됐다. 기념품이나 선물용으로 여러 개를 구입했고, 다음에 다시 한국에 오면 또 들르고 싶다”고 말했다.

업계는 광장시장이 관광지로서 가지는 경쟁력이 ‘공존’에 있다고 분석한다. 구제 의류, 원단, 전통 음식 등 시장 본래의 색깔은 그대로 유지되면서도 그 사이사이에 신세대 패션과 뷰티 브랜드가 유기적으로 자리 잡아 외국인 소비자에게 입체적인 경험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시장 내에서 구제 의류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예전엔 외국인들이 주로 먹거리를 찾거나 기념품 정도만 사갔는데, 요즘은 신발이나 빈티지 옷, 재킷 같은 패션 아이템을 찾는 손님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패션 브랜드 매장 덕분인지 관심 영역 자체가 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광장시장 전경. 심하연 기자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성수동이 신생 브랜드 중심의 트렌디 공간이라면, 광장시장은 전통 의류와 음식, 신세대 브랜드가 한자리에 모인 복합 공간”이라며 “단순 먹거리 시장이 아닌 서울 한복판의 새로운 관광 허브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광장시장은 로컬과 글로벌, 전통과 트렌드가 교차되는 지점이기 때문에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의 일상과 문화를 소비하는 새로운 무대로 진화하고 있다”며 “시장 안에서 패션과 뷰티, 로컬 콘텐츠를 동시에 경험하는 복합 소비 흐름은 향후 서울 관광의 주요 트렌드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
심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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