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살해 협박에 가족까지 위협…사이버불링 대책 ‘손 놓은’ 프로스포츠 단체

[단독] 살해 협박에 가족까지 위협…사이버불링 대책 ‘손 놓은’ 프로스포츠 단체

프로야구선수협회, 선수 3명 중 1명은 ‘사이버불링’ 경험
프로축구·프로배구·e스포츠 등 주요 종목은 “실태 조사 없어”
임오경 “문체부와 대한체육회의 실태조사 및 법률지원책 마련해야”

기사승인 2025-10-27 12:02:40
14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파라과이 축구 대표팀의 친선경기. 연합뉴스


프로스포츠 선수들을 겨냥한 ‘사이버불링(온라인상 괴롭힘)’이 악성 댓글을 넘어 살해 협박·성희롱·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번지며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종목 단체들은 여전히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쿠키뉴스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 간사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프로야구선수협회 조사 결과 선수의 36%가 SNS상 악성 댓글이나 DM(쪽지) 피해를 경험했다. 또 34명의 선수가 살해 협박과 성희롱 등 심각한 피해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버불링’은 인터넷상 악성 댓글, 협박, 집단 괴롭힘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최근 프로스포츠 현장에서 이러한 행위가 빈번해지며 선수들의 정신적 피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축구, 프로배구, e스포츠 등 주요 종목 단체들은 “피해 사례가 없다”거나 “실태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답변을 내놓는 등 대책 마련에 손을 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프로축구의 경우 구단과 선수의 SNS에 살해 협박부터 가족에 대한 위협이 계속되고 있다. 프로배구의 경우는 2022년 김모 선수가 사이버불링 피해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e스포츠 분야 역시 팀을 향해 근조 화환을 보내는 등 사회적 논란을 낳고 있다.

문제는 선수 개인이 사이버불링에 대응하려 해도 법적 조치가 사실상 어렵다는 점이다. 사이버불링의 상당수가 해외 IT기업 플랫폼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구글·메타 등은 대한민국 수사기관의 DM(쪽지) 관련 정보제공 요청에 소극적이다. 이로 인해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를 통한 허위사실 유포·사생활 침해 피해가 발생해도 실질적인 수사나 법적 조치로 이어지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임오경 의원은 “스포츠윤리센터가 중심이 되어 사이버불링 피해 실태를 조사하고, 피해 선수들을 위한 치료·상담·법률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내년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국가대표 선수들을 향한 사이버 공격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한체육회가 선제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화체육관광부는 프로스포츠 단체들에 사이버불링 대응 대책 마련을 강력히 요구하는 한편, SNS 플랫폼과의 정보공유 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
권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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