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직원들에 대한 인사고과 평가의 척도가 되는 핵심성과지표(KPI)의 개편 방향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은행들이 KPI를 통해 직원들의 영업을 독려해온 상황에서 KPI가 과당경쟁을 조장해 개편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서다.
KPI는 은행 직원들의 성과를 평가하기 위한 유일한 핵심지표로, 통상적으로 매년 초 KPI를 기초로 지점과 본부급에 집단 성과급이 지급된다.
은행연합회는 10일 한국금융연구원과 공동으로 은행회관 2층에서 ‘고객 중심의 영업환경 조성방안 관련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세미나에서 현 KPI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편방향을 제시했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일반은행 6곳을 조사한(2017년 하반기 기준) 결과 KPI 항목 가운데 수익규모와 비이자이익 등 수익성 항목이 54%로 가장 비중이 높았다. 뒤이어 고객유치(19%), 여수신 규모(13.9%)가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장기성과평가 항목인 건전성과 고객보호는 각각 9.5%와 1.8%에 불과했다.
이 선임연구원은 현행 KPI에 대해 “단기실적 위주의 비중이 높고, 은행의 건전성 비중은 매우 낮은 상황이다. 고객관련 평가항목도 고객보호보다 고객유치 비중이 높다”고 평가했다. 이어 “영업점의 불완전판매 불건전영업 등을 방지하기 위한 내부통제 반영수준도 미흡하고, 소비자보호 및 금융사고 방지에 소홀하다는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그는 허인 국민은행장의 발언을 인용해 KPI를 “고객 지향적 영업활동에 맞춰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KPI를 고객만족도 및 건전성 등 장기성과 지표 위주로 개편해 은행의 지속적인 성장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러나 KPI를 제외할 경우 마땅한 직원 평가 지표가 없는 은행들은 KPI 개편에 불편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특히 ‘주인 없는 회사’의 특성에 따라 최고경영자(CEO)의 단기실적 관리가 중요한 은행들은 최근 논의되는 개편 방향이 실적보다 고객과 직원 만족에 치우쳐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이날 이 선임연구원이 제시한 개편방향 역시 금융노조가 제시한 KPI 개편 방향과 유사한 부분이 많았다. KPI의 평가 항목을 단순화하고, 정성적 평가를 확대하는 것은 물론 상대평가 중심의 현 평가 체제를 절대 평가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개편방향은 모두 실적보다는 고객과 직원 만족도 제고에 무게가 쏠려있다.
김평선 은행연합회 본부장도 이러한 상황을 인식한 듯 세미나 모두 발언에서 “은행이 고객 중심의 영업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은행이 계속 기업으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이윤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두 가지 요소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KPI의 항목이 많을 수록 은행의 수익은 떨어지고, 소비자 보호 항목이 많을 수록 수익이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은행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최근 취임한 허인 은행장은 “KPI를 포함한 은행의 모든 제도 및 프로세스를 고객 지향적 영업활동에 맞춰 신속하게 고치겠다”며 “KPI에 매몰된 단기 성과주의, 자율성이 배제된 밀어내기식 프로모션은 우선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