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수령액을 깎는 각종 감액 제도가 대선 이후 바뀔지 관심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재직자 노령연금 감액 제도와 기초연금 부부 감액 제도를 손질하겠다고 공언하면서다. 제도 개선 필요성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한 만큼 숙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후보는 지난 8일 페이스북을 통해 “일하는 어르신의 국민연금 감액을 개선하겠다. 100세 시대 어르신이 일하실 수 있도록 권장하는 것이 맞다”고 공약했다. 이어 “기초연금 부부감액을 단계적으로 줄이겠다. 어르신 부부가 더 여유롭게 지내도록 돕겠다”고 약속했다.
“고령자 취업 촉진 정책과 배치” vs “고소득자에 유리”
이 후보가 언급한 ‘재직자 노령연금 감액’은 연금 수급 시점 이후 일정 기준 이상의 임대·사업·근로 소득이 생기면 금액 수준에 비례해 국민연금 수령액을 깎는 제도다. 소득이 있는 수급자에 대한 과보장을 방지하고, 연금 재정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취지에서 마련됐다. 올해 기준 308만9062원 이상을 벌면, 연금 수령액이 많든 적든 최대 절반까지 감액된다.
해당 제도를 두고 연금액이 충분치 않은데, 은퇴 후 일을 한다는 이유로 수령액을 깎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가입자들의 원성이 높다. 생산인구가 줄어드는 가운데 고령층의 근로를 장려해야 하는 초고령사회의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 상당수의 고령층은 연금 수령액이 깎여도, 생업 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통계청의 2022년 연금통계에 따르면 4대 보험이 적용되는 등록취업자로 분류된 65세 이상 중 연금을 받으면서도 일을 하는 노인은 238만9000명이다. 이 제도로 연금액이 삭감된 수급자는 지난해 6월 말 기준 12만여명에 육박하며, 삭감액 규모는 2023년 기준 2167억7800만원에 달한다.
제도 개선 필요성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초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자 경제활동을 촉진하는 정부 정책 취지에 맞지 않기 때문에 손질해야 한다는 의견과 고소득 연금 수령자에게 유리한 제도가 될 수 있어 현행 유지가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대립했다.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대수명이 늘어난 만큼 고령자 경제활동을 촉진하는 측면에서 감액 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제도 폐지를 권고한 만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는 “해당 제도로 감액이 적용되려면 은퇴 이후 소득이 근로소득 공제 등을 포함해 월 400만원을 넘게 버는 고소득자여야 한다”며 “감액 액수도 크지 않기 때문에 사회적 책임으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본다”고 반박했다.
부부 감액 제도 폐지 시 연평균 1조원 넘는 재정 소요
기초연금 부부감액은 부부가 같이 기초연금을 타면 각각 20%씩 감액하는 제도다. 부부 합산 지급액이 단독 가구 대비 20% 줄어든다. 올해 기준으로 만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단독 가구는 월 34만2510원, 부부가구는 월 54만8000원을 지급한다. 부부가 같이 기초연금을 타면, 남편 몫과 아내 몫의 기초연금을 각각 20%씩 감액해 약 13만7020원가량을 덜 받게 된다.
부부가 함께 받는다고 해서 소득과 상관 없이 일괄적으로 삭감하는 것에 대해 수급자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난 2022년 보건복지부가 연금개혁안 마련을 앞두고 백지 형식의 광고를 통해 접수한 기초연금 관련 국민 의견에는 부부연계 감액제도를 폐지하자는 의견이 두드러졌다. 전업주부인 한 50대 여성은 “부부라고 해서 감액하는 건 불합리하다”며 “제도 폐지를 건의한다”고 요구했다.
이 후보는 지난 2022년 대선 당시에도 부부감액 제도 폐지를 공약한 바 있다. 그는 당시 “함께 사는 게 죄도 아닌데 부부라는 이유로 기초연금을 깎다 보니 문서상으로 이혼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며 “얼마나 잔인한 현실인가”라며 개선을 약속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부부감액 제도 폐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수급자 40% 이상이 부부감액 제도를 적용받는 만큼 재정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2023년 발의된 기초연금법 개정안의 비용추계서에 따르면, 기초연금의 부부감액 제도가 폐지될 경우 2022~2027년 간 총 10조8624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연 평균으로 따지면 2조1725억원의 추가 재정이 소요된다는 추산이다.
오건호 대표는 “기초연금 부부감액은 해외 여러 나라에서도 채택하는 제도다. 2인 가구는 공통 비용이 있기 때문에 1인 가구가 쓰는 비용이 다르다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 “재정 관리 측면에서도 제도를 유지하는 방향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남 교수도 “전업 주부라고 해도 연금은 부부끼리 공동 자산으로 간주하지 않나”라며 “제도 개선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