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에서 이렇게 많은 꽃을 보기 쉽지 않은데, 오랜만에 꽃을 보니까 힐링이 돼요”
21일 오전 서울 중랑구 수림대장미정원에서 만난 전종국(24·남)씨는 이같이 말하면서 휴대전화 카메라로 연신 풍경을 담았다. 지난 16일 막을 올린 서울장미축제는 오는 24일까지 이어진다.
이날 낮 기온 30도를 넘는 더위 속에서도 산책로에는 장미 축제를 즐기려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주말만큼 북적이진 않았지만, 이른 시간부터 삼삼오오 정원으로 향하는 사람들로 산책로는 활기를 띠었다. 장미를 배경으로 유모차를 끌며 산책하는 부모와 아이들, 부스를 둘러보는 중장년층 부부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서울장미축제는 지난 2005년 중랑천 둔치를 공원화하면서 장미를 심기 시작한 데서 출발했다. 시간이 흐르며 조성된 약 5.4km 길이의 장미터널은 현재 도심 속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산책로이자, 누구나 한 번쯤 인증샷을 남기고 싶어 하는 명소가 됐다.
올해로 17번째를 맞이한 축제는 ‘서울에서 가장 예쁜 축제!’라는 수식어가 붙은 서울의 대표 봄꽃 축제로도 꼽힌다. 장미꽃과 함께 공연·체험·전시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더해 시민들에게 즐길 거리를 선사하고 있다.
모녀지간인 윤모(58·여)씨와 김모(31·여)씨는 의정부에서 축제를 찾았다. 윤씨는 “꽃 구경을 좋아해서 (서울장미축제는) 매년 왔었다”며 “저녁에만 왔었는데, 낮에 보니 꽃이 예쁘고, 관리도 잘 돼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대한 만큼 만개한 장미꽃을 보기는 쉽지 않았다. 정원의 일부 구간은 아직 개화가 덜 된 상태였고, 피어 있던 장미 역시 군데군데 시들어 있었다. 구리에서 왔다는 지예진씨(26·여)는 “인스타를 보고 왔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장미가 너무 적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장미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시민들은 그 이상의 즐길 거리로 아쉬움을 달랬다. 수림대장미정원 안쪽에선 ‘로즈 버스킹’이 잔잔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어르신들은 포토갤러리나 장미 역사 전시 앞에서 발길을 멈췄다.
정원 옆에 조성된 ‘중랑 로즈 팝업 전시관’에서는 장미를 주제로 한 산업 전시와 굿즈 판매,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는 제로즈(ZeROSE) 마켓이 함께 열렸다. 축제 MD 상품 코너와 체험형 콘텐츠도 시민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시민들은 “기념품 삼아 사 가기 좋다”며 쇼핑을 즐기기도 했다.
실제 장미축제의 핵심 행사였던 ‘그랑로즈 페스티벌’은 지난 18일 폐막했다. 페스티벌 마지막 날인 ‘러브 로즈 데이’에는 서울시 자치구 합창단 공연 ‘서울 로즈 싱어즈 스테이지’, 중랑구 시니어모델 패션쇼, 구민대상 시상식, 구민 노래자랑 왕중왕전 등이 펼쳐졌다. 특히 가수 송가인이 깜짝 등장해 축제 분위기를 더욱 뜨겁게 달궜다.
중랑구는 오는 24일까지를 ‘중랑장미주간’으로 지정하고 축제 여운을 이어간다. 평일에는 수림대 장미정원에서 ‘장미 밤마실 영화제’, 지역 예술단체의 버스킹, 상설 포토존과 로즈 갤러리 전시가 운영된다.
마지막 날 면목체육공원 일대에서 ‘중랑 아티스트 페스티벌’이 열리며 축제의 마지막을 장식할 예정이다. 면목동 상인 장터, 사회복지박람회, 아나바다 장터 등 다양한 커뮤니티 행사도 동시에 펼쳐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