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공약으로 나온 ‘복지부 쪼개기’…통합정책 vs 독립정책 [21대 대선]

대선 공약으로 나온 ‘복지부 쪼개기’…통합정책 vs 독립정책 [21대 대선]

기사승인 2025-05-26 06:00:08
보건복지부 전경. 박효상 기자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보건부’ 독립 신설이 의제로 나왔다. 의료계가 수년간 요구해온 숙원 과제이기도 한 보건복지부 분리는 전 정권에서도 논의가 이뤄졌지만, 정부조직법 개정과 예산·사업 분리 등 복잡한 절차로 인해 추진되지는 못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보건·복지를 연계해 통합 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구분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섰다. 

26일 정치권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지난 23일 정부 조직 개편 공약을 발표하며 복지부의 ‘보건’ 기능을 분리해 보건의료 분야 전문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할 보건의료 정책이 경제 논리를 기반으로 한 복지 정책과 묶인 탓에 발전에 어려움이 있다”며 “정책 전문성을 강화하려면 보건부를 독립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부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 질병관리청 등 관련 부처를 통합해 효율적 보건의료 시스템을 구축하겠단 것이다. 기존 복지부에는 여성가족부 폐지 후 해당 기능을 이관하고, 국가보훈부의 복지 기능을 포함해 복지 분야 전반을 아우르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봤다 

보건부의 독립은 의료계가 대선 국면마다 필요성을 주장한 사안이었다. 김창수 대한의사협회 대선기획본부 공약연구단장 겸 공약준비TF위원장은 지난 10일 ‘대선 정책 제안 보고회’에서 “전문적인 보건의료 정책과 연구, 교육을 통합할 수 있는 구심점이 필요하다”며 보건부 신설을 제안했다.

김택우 의협 회장도 23일 의사 출신인 이주영 개혁신당 정책위원회 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의료 정책의 집중성, 일관성을 강화하고 국민 건강 증진과 보건의료 발전을 위한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정립하기 위해 보건부 독립이 필요하다”라며 “정책 결정과 집행에 있어 국민과 전문가가 함께 책임지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와 천하람 원내대표, 이주영 의원이 21일 성남시의료원에서 한호성 원장과 간담회를 갖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건의료 부처 통합해야”…복지부는 회의적

더불어민주당도 보건부 설립을 염두에 두고 있다. 조원준 민주당 대선공약 태스크포스(TF) 정책위원회 총괄팀장은 지난달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의료·복지·보험·산업 정책 간 유기적인 협력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보건부 분리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보건과 복지 파트 범위가 점차 커지면서 복지부가 이도 저도 아닌 부처가 돼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 총괄팀장은 “정부 프레임이 만들어진 지 거의 20년이 다 돼 간다”면서 “보건부를 설립해 식약처, 질병청 등 보건의료 관련 부처를 대부처로 통합하는 형태가 돼야 한다”고 했다.

복지부 분리는 이전 정부에서도 추진됐다. 문재인 정부에선 복수차관제를 도입해 보건과 복지 차관을 각각 두는 형태로 정부 조직을 꾸렸다. 윤석열 정권 출범 전후엔 보건부와 복지부로 분리하는 조직 개편안이 검토된 바 있다. 다른 나라처럼 보건부를 따로 두면 코로나19 같은 신종 감염병 창궐에 따른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쉽다는 이유에서였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21개국(56.8%)은 보건부를 독립 운영하고 있다.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질병청, 보건소, 복지부로 나뉘어 정책 일원화가 되지 못했다”며 “감염병 상황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보건부를 독립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정부 관계자들은 복지부 분리에 대해 회의적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도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2022년 9월 당시 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돼 인사청문회에 나섰던 조 장관은 보건부 독립에 대한 입장을 묻는 의원 질의에 “돌봄과 의료가 통합적으로 지원돼야 하는 점을 고려할 때 보건과 복지 서비스는 같이 가야 한다”고 답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3월26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정부 관계자는 “내년 3월 본격 시행하는 ‘의료요양돌봄 통합지원 사업’(돌봄통합지원)은 보건의 영역이면서 복지 차원의 성격도 갖는다”라며 “보건과 복지를 양단하면 사업의 연속성·지속성을 떨어트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돌봄통합지원은 노쇠 등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살던 곳에서 계속 거주할 수 있도록 지역 내 다양한 기관이 연계해 의료·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사회적 흐름 역행” vs “전문성 높여야”

보건부 독립에 대한 전문가들의 생각이 갈렸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대학 교수는 “복지부 쪼개기는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 주장”이라며 앞으로 보건·복지 연계 기능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짚었다. 정 교수는 “한국과 비슷한 단일 건강보험제도를 운영하는 대만의 경우 기존 ‘위생부’로는 건강보험을 다루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 2013년 ‘위생복리부’로 바꿨다”라며 “통합돌봄, 재가복지, 커뮤니티케어가 강조되는 초고령사회에서 보건부 독립은 사회적 흐름에 역행하는 정책이다”라고 했다.

반면 박종훈 고려의대 정형외과 교수는 “반드시 보건·복지 독립이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박 교수는 “의료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책 포커스를 복지에 맞추다 보면 의료가 소외될 수 있다”면서 “보건과 복지는 양립이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보건의료 전문가가 보건부 장관을 맡고, 복지 전문가가 복지부 장관을 맡는 체제가 돼야 한다”라며 “보건·복지 정책에 대한 공무원들의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분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