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음종, 조세이탄광 83주기 '수몰 사고 희생자 위령재' 봉행

관음종, 조세이탄광 83주기 '수몰 사고 희생자 위령재' 봉행

"유골 수습 한⋅일 공동 사업으로 선언해야"
"더 늦출 시간도, 더 기다려 줄 가족도 없다"

기사승인 2025-05-25 21:06:27 업데이트 2025-05-25 21:14:22
83년 전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 앞 차가운 바다 밑에서 136명의 한국인 노동자를 비롯한 183명의 수몰 사고 희생자 넋을 위로하기 위한 위령재가 봉행됐다. 

대한불교관음종은 창종 60년을 기념하고, 한일 국교를 정상화 60년, 광복 80년을 맞아 일본 현지시간 25일 오후 2시 야마구치현 우베시에서 조세이탄광 수몰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위령재를 봉행했다.

관음종 종정 영산 홍파 스님은 법어를 통해 海해底저冤원魂혼悲비未미央앙 長장年년掩엄蔽폐苦고無무疆강 千천尋심幽유口구今금初초啓계 佛불光광普보照조速속成성就취 "해저의 원혼들 슬픔 끝이 없고, 긴 세월 감춰진 고통은 끝이 없었네. 천 길 깊은 곳, 드디어 은밀한 문이 열리고, 부처님의 빛이 널리 비추어 속히 발굴을 성취하세"라고 법문 했다.

위령재에는 관음종 종정 홍파 스님, 총무원장 법명 스님, 중앙종회의장 혜산 스님, 교육원장 도선 스님, 조계종 어산어장 동희 스님, 부원장 도각 스님, 중앙종회부의장 법웅 스님, 총무부장 홍경 스님, 수교부장 도문 스님, 사서실장 법룡 스님, 새기는 회 이노우에 료코 공동대표를 비롯한 영산작법연구회 소속 비호·해사·묘광·일구 스님과 불자 등 60여 명이 동참했다. 

지난 2017년부터 관음종은 83년 전 일본 땅에서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넋을 위로하고, 유골 수습을 촉구하기 위해 조세이탄광 수몰 희생자들을 위한 위령재를 봉행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일본 현지에서 열린 '조세이 갱구를 열자' 사업 발족집회에 대표단을 참석시켜 적극적인 동참과 함께 올해까지 두 차례에 걸처 200만 엔의 지원금을 전달했다.

총무원장 법명 스님은 추도사를 통해 "희생되신 조선인 136명과 일본인 47명의 극락왕생을 기원하고, 또 그 유가족분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한⋅일 양국 정부 당국 모두가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실 것을 요구한다. 이제는 더 늦출 시간도, 더 기다려 줄 가족도 없는 것이 우리가 모두 주지하고 있는 사실이며, 지금 당장 유가족들과 시민단체에 희망의 손길을 뻗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강호증 주히로시마 총영사는 "올해 한일국교정상화 60주년입니다. 두 나라의 관계가 새로운 사이클을 맞이하는 바로 이 시기에 그 어느 때보다도 한일 양국 시민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한 때"라며 "바다 밑 유골이 세상에 드러낼 때까지 노력을 멈추지 말자"고 당부했다. 

이노우에 료코 공동대표는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가 가장 중요한 해"라며 "오는 6월 22일 한⋅일 양국에 '장생탄광의 유골 수습을 한일 공동 사업으로' 선언하게 하자"고 강조했다.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 조세이탄광 갱도 앞에서 수몰 사고 희생자 넋을 위로하기 위한 위령재가 봉행되고 있다. 사진=강연만 기자
지난해 7월 장생 탄광 수몰 사고를 역사에 새기는 회가 개최한 '갱구를 열자' 집회를 통해 탄광 노동자들의 생존의 마지막 문이었던 갱구가 열렸고, 희생자들의 유골 발굴 향방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다.

올해 초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일제강점기 수몰 사고로 조선인 136명을 비롯한 183명이 숨진 조세이탄광 유골 발굴 지원과 관련해 "정부입장에서도 민간의 자기책임이라고는 할 수 없다"며 "정부가 어떠한 책임을 질 수 있는지 정부로서 판단하고 가겠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일본 정부는 조세이해저탄광 수몰사고로 숨진 조선인 136명 등의 유해 발굴과 관련해 전문가 의견을 청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동시에 잠수·탄광·토목 등 3개 분야의 전문가들을 통해 조세이탄광 내부 상황에 대한 파악에 들어간 상태다.

이헌승 국회 정각회장과 주호영 한일의원연맹 회장, 양현 조세이탄광 수몰사고 대한민국 유족회장, 후지타 류조 일한불교교류협의회장도 수몰 사고 희생자들의 유해수습을 위한 한⋅일 양국이 뜻을 모아야 한다고 힘을 모았다.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 앞바다에 조세이탄광의 배기·배수시설이던 콘크리트 구조물 '피야'가 물 위로 솟아 있다. 사진=강연만 기자
한편, 조세이해저탄광 수몰사건은 지난 1942년 2월 3일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 도코나미 바닷가 근처 해저탄광이 수몰되면서 이곳에서 일하던 한국인 노동자 136명과 일본인 47명이 포함한 183명이 그대로 수장됐다. 사고 이후 80여 년간 진상이 알려지지 않다가 새기는 회가 결성되면서 본격적인 과거 자료를 바탕으로 갱도 입구를 확인했다. 이후 해저 탄광 내부에 전문 잠수부들을 투입해 유해 발굴 작업을 벌이며 일본 정부의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일본 우베시=강연만 기자 kk77@kukinews.com
강연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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