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공약은 ‘주택 공급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집값 안정을 도모하고, 서울 등 수요 집중 지역의 공급난을 해소하겠다는 구상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구체적인 실행 전략 마련과 함께 공급 균형을 맞춰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5일 이 대통령의 공약집과 대선 과정에서 나온 발표 등에 따르면, 新정부는 4기 신도시 개발과 노후 계획도시 재정비를 통해 약 250만 가구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지난 대선에서 내세운 311만 가구보다 소폭 줄어든 수치다.
현재 부동산 시장에서는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 전국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21만1832가구로, 올해 대비 25.2% 줄어든다. 실제 공사 지연 등을 고려하면 입주 물량은 20만 가구에도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사 대상은 30가구 이상 아파트 단지이며, 후분양 아파트나 청년안심주택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지역별로는 내년 수도권 입주 물량이 11만4570가구로 올해보다 18% 감소하고, 지방은 9만7262가구로 31%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서울 강남권은 내년 입주 예정 단지가 단 한 곳도 없다.
이 대통령은 공급 확대 수단으로 △4기 신도시 개발 △1기 신도시 및 수원‧용인‧안산‧인천‧연수‧구월 등 노후계획도시 정비를 제시했다. 이는 윤석열 정부의 기조였던 1기 신도시 재정비 계획을 일정 부분 수용한 것이다.
재건축 관련해서는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해 사업에 속도를 내고, 서울 도심의 용적률 상향 및 분담금 완화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는 유지할 방침이다. 그는 앞서 “재건축으로 과도한 이익을 얻는 것은 사회에 환원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분양가 관리·전세사기 대응도 포함
이 대통령은 공급 확대와 함께 신축 아파트 분양가 급등 문제에도 대응할 방침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전국 민간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1902만5000원이며, 서울은 4549만8000원으로 한 달 새 121만4000원 올랐다.
이 대통령은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주택공급 신속인허가제’를 도입해 사업비 절감과 분양가 인하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또 도시분쟁조정위 심사 항목에 공사비 분쟁도 포함시켜 공사비의 투명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공공임대주택도 확대한다.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을 활성화하고, 청년·신혼부부·노년층 대상 맞춤형 임대주택을 늘릴 계획이다. 이와 함께 공공임대주택 공급 로드맵의 법제화도 추진한다.
전세사기 예방과 피해자 보호도 과제로 제시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전세사기 피해 인정 건수는 누적 2만9540건에 달한다. 올해 들어서도 서울 동작구, 금천구, 관악구 등에서 수십억 원대 피해가 발생했다.
이 대통령은 전세사기를 사회적 재난으로 규정하고, 특별법에 따른 피해자 지원 대상 확대와 예방 법제 정비, 가해자 처벌 강화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누구나 가입 가능한 ‘전세사기보증보험제도’를 도입하고, 임대인의 가입 전환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 실행 전략·공급 균형 중요”
전문가들은 이 대통령의 공급 확대 구상에 공감하면서도, 구체적인 실행 전략과 부작용 차단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이 대통령의 정책은 공급은 늘리고 시장에 개입은 최대한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면서 “취임 후 정책을 세부화하면서 시장 예측과 다르게 흘러갈 수 있기 때문에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4기 스마트 도시 개발의 경우, 아직 불확실성이 강하다”며 “개발 과정에서 그린벨트 훼손, 택지 지정 과정에서 주택가격 상승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세밀한 대응을 강조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정비사업이 필수적인 수도권은 민간 참여를 유도해야 하며, 정부가 공급 목표를 수치로 제시하긴 쉽지 않다”면서 “입주 물량과 착공·인허가 속도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용적률 상향 등 정비사업의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보완점을 제시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방 미분양이 심각한 상황에서 무리한 공급 확대는 지역별 균형을 해칠 수 있다”며 “공급 목표를 현실화하고,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정책 체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