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WORK & PEOPLE]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WORK & PEOPLE]

기사승인 2025-06-11 11:00:04 업데이트 2025-06-12 14:18:37
노무법인 마로 박정연 공인노무사

나는 공인노무사이다. 공인노무사라는 직업은 ‘갈등을 해결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노동 현장에는 여전히 크고 작은 다양한 갈등이 존재하고, 이러한 갈등 상황이 발생할 때 노동법 전문가인 공인노무사가 개입하여 문제 해결을 돕는다.

노동현장의 갈등은 다양하지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단연 ‘노사 갈등’일 것이다. 남녀 간의 ‘젠더 갈등’ 역시 차별 문제나 성희롱 문제 등과 얽혀 빈번히 나타난다. 그러나 요즘 가장 첨예하게 느껴지는 갈등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세대 갈등’이라고 답할 것이다.

세대 갈등의 특징은 ‘평행선을 달린다’는 데 있다. 디지털과 인공지능 등 눈부신 변화의 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는 각자 다른 환경 속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서로 다른 ‘기준’과 ‘정답’을 형성해 왔다. 그 변화의 속도와 방식이 워낙 달라서 세대 간 격차는 점점 더 벌어졌고, 서로 교차하지 않은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다름’이 우열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어느 한쪽이 옳고 다른 쪽이 그른 것이 아니라, 단지 서로 다른 것이다. 하지만 이 ‘다름’이 때때로 갈등과 분쟁, 노동 사건으로 표출되곤 한다.

예를 들어 직장이라는 공간이 세대에 따라 갖는 의미부터가 다르다. 필자의 첫 직장은 한국전력공사였다. 고시 공부를 하느라 입사 시기가 늦었던 나는 경기지역본부 오산지사에 처음 발령받았다. 공부 때문에 연애도 결혼도 늦어졌는데, 이처럼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가 당시 오산지사 어른들에게는 지점 전체의 일이 되었다. 당시만 해도 여성 직원은 주로 부장급 이상 간부의 문서 작업을 보조하거나 지점장의 비서 역할을 맡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대졸 공채 출신의 여직원이 입사해 컴퓨터를 능숙히 다루고, 고객 응대 등 다양한 업무를 주도적으로 처리하는 모습은 어르신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던 듯하다. 이들은 급기야 평택의 땅 부잣집 아들을 소개하고, 인근 지사의 김주임과의 만남을 주선하는 등 마치 ‘노처녀 박정연 시집 보내기 프로젝트’에 진심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나는 그런 정 많은 분들과 함께 나는 일과 끝나고 오산독산성 마라톤 대회를 준비한다며 달리기 연습을 하기도 했고, 또 그분들은 주말 사택에 펴져 있는 나를 나오게 해서 등산을 같이하자 하셨다. 내게 한국전력공사 오산지사는 직장, 일하는 곳임과 동시에 인간관계도 있는 그런 곳이었다.

하지만 이런 관계 맺음 방식은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는 낯설고 때로는 불편한 것이다. “왜 김 대리는 장가를 안 가?”, “박 주임은 남자친구 있어? 왜 연애를 안 해?”라는 질문은 그들에게 민감하고 부적절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직장은 그저 ‘일을 하는 공간’이지, 사적인 영역을 공유하는 공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계를 무시한 발언이나 행동이 반복되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까지 비화할 수 있다.

과거에는 지연, 학연 등 인간관계를 중심으로 일하는 방식이 자연스러웠고, 공동체 의식에 기반한 집단주의 문화가 직장 문화를 형성해 왔다. 반면, 오늘날에는 개인의 자율성과 성과를 중시하는 개인주의적 가치관을 지닌 세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들은 관계보다는 능력 중심의 평가를 선호하며, 규정과 매뉴얼에 따라 공정하게 일하기를 원한다. 이러한 가치관의 차이를 지닌 세대들이 한 조직 안에서 함께 일하게 되면서 갈등이 발생하는 것은 어쩌면 필연적인 일일지도 모른다.

이처럼 서로 다른 세대가 평행선을 달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진정한 소통과 협력을 위해서는 다름을 틀림으로 단정 짓지 않는 문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물론 때로는 이해와 수용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럴 때는 ‘노동법’이라는 공통의 기준을 매개로 삼아, 공인노무사와 같은 전문가들이 개입하여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책을 함께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 속에서야 비로소 세대 간의 충돌은 소모적 갈등이 아닌, 조직의 성장을 이끄는 생산적 동력으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다.

글·박정연 노무사
노무법인 마로 공인노무사
주한외국기업연합회(KOFA) HR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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