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국민평형 아파트 분양가가 17억원을 넘어섰다. 고분양가에도 공급 부족, 매맷값 상승 기대 속 청약 시장 흥행이 지속되고 있다.
17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한 5월 말 기준 ‘민간 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의 민간 아파트 분양 가격은 3.3㎡(평)당 4568만3000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달(4549만8000원) 대비 0.4%, 1년 전(3869만8000원) 대비 18.05% 각각 오른 수치다. 서울 분양가는 지난해 11월 4720만7000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은 바 있다. 최고치 대비 낮은 수준이나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서울 민간아파트 분양가는 지난 1월 4414만2000원, 2월과 3월 4428만4000원, 4월 4549만 8000원으로 꾸준히 올랐다. HUG가 매월 발표하는 월평균 분양가는 공표 직전 12개월 동안 분양 보증서가 발급된 민간 분양 사업장의 평균 가격을 나타낸다.
서울과 달리 수도권과 전국의 평균 분양가는 소폭 하락했다. 수도권 아파트 평당 평균 분양가는 2879만원으로 전월 대비 0.49% 감소했다. 전국 평당 평균 분양가도 1901만2000원으로 한달 전과 비교해 0.08% 떨어졌다. 다만 수도권과 전국 모두 1년 전에 비해선 분양가가 10.85%, 3.18% 각각 올랐다.
국민평형 환산 시 서울 아파트 분양가는 17억원을 넘어섰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인포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1년간 전국에서 공급된 아파트 분양가를 환산한 결과, 전용 84㎡ 평균 분양가가 7억7235만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은 17억6735만원으로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이어 제주(8억8625만원), 부산(7억8775만원), 대구(7억7081만원), 경기(7억507만원), 대전(6억8600만원), 인천(6억7758만원) 등 순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이처럼 분양가 상승세가 가파른 가운데 공급 부족까지 우려돼 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 연말까지 서울 아파트 일반분양 예정 물량은 총 7358가구로 조사됐다. 이는 전년(10149가구) 대비 2791가구 약 28%가 줄어든 수치다. 2021년(2960가구) 이후 4년 만의 가장 적은 물량이며 최근 10년 내 기록으로 봐도 2021년에 이어 두 번째다.
공급 부족 우려 속 서울 청약 시장 흥행이 지속되고 있다. 올해 5월까지 청약을 실시한 곳은 고척 푸르지오 힐스테이트, 래미안 원페를라, 힐스테이트 메디알레, 청계 노르웨이숲 등 4개 단지 뿐이다. 이 단지들은 특별공급을 제외한 일반분양 791가구에 4만7314명이 1순위 청약해 평균 59.81대 1을 기록했다. 단지별로 봐도 4개 단지 모두 두 자릿수 이상 경쟁률을 보였다.
또한, 분양가 인상 압력도 존재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적용된 건설공사 표준시장단가는 전년 대비 평균 3.9% 인상됐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원자재 수입비용 상승 우려도 여전히 존재한다. 특히 이달 말부터는 30가구 이상 민간 아파트에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이 의무화된다. 단열 성능을 강화하고 신재생에너지를 도입하는 구조로 이에 따라 공사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전문가는 고분양가에도 핵심 지역의 청약은 앞으로도 치열할 것이라 내다봤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평당 분양가가 5000만원을 넘어서면 청약 수요가 줄어들어야 하는데 현재 서울에서는 그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며 “분양가가 높아도 결국은 오른다는 인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라 진단했다. 이어 “분양가가 누가 봐도 비싼 경우를 제외하고는 주변 시세보다도 비싸도 시장에서 매력적으로 느끼는 것 같다”고 밝혔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서울 공급이 줄고 분양가 상승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규제지역과 비규제지역의 청약 결과에 온도차이가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대표는 “연내 분양을 앞둔 성수 오티에르 포레, 영등포 리버센트 푸르지오 위브 등은 비규제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청약 흥행이 전망되나 인근 시세와 비슷하거나 싼 서울 외곽 지역들은 청약 결과가 좋지 않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