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가 ‘양곡관리법(잉여 쌀 국가 수매)’을 기술적으로 비틀어 꼬아 문제를 해결해 보려는 내란장관(농정분야)에게 폭삭 속은듯합니다. 지난 정부에서도 쌀 수급 불균형을 해소한다며 논에 타작물 재배를 유도하는 등 벼 재배면적을 줄이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습니다. 그러나 실패했습니다.
이 바보 같은 정책은, 쌀 수급 조절과 가격 안정이라는 명분으로 일견 타당해 보이지만, 도미노로 발생하는 생태적, 경제적, 탄소중립적 손실이 얼마나 막대하고 무서운 결과를 낳을지 예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책연구원 출신 책상머리 박사의, 능숙한 숫자 외움 머리와 연구보고서 중심의 말 빨에 넘어간 현 정부 역시, 농업생태계 전반과 본질을 놓치고 있어 보입니다.
#논은 단지 쌀만 길러내지 않습니다.
논에서 수확되는 것은 비단 쌀 뿐만이 아닙니다. 볏짚, 즉 쌀을 수확한 후 남는 벼의 줄기 부분은 국내 조사료(풀사료) 자원의 핵심입니다. 전국적으로 연간 약 600만 톤 정도 생산되는 볏짚의 대부분은 한우·젖소 등 반추가축의 조사료로 쓰이며, 축산업에서 수입 조사료의 부담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논에 타작물 재배 전환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입니다.
만약 정부 정책이 성공하여 벼재배가 줄고 볏짚이 사라지면, 그만큼 한우 농가들은 조사료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이는 엄청난 생산비 증가와 사육두수 감소로 이어집니다. 나아가 한우가 줄면 축분도 줄고, 그 축분으로 만드는 퇴비도 줄어듭니다. 반대로 소고기 수입량은 늘어납니다.
축분으로 만든 유기질 비료가 줄어들면, 유기농 뿐 아니라 일반 원예·과수 재배에도 여파가 미칩니다. 친환경 농산물도 이러한 순환농업이 제대로 작동될 때 생산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논-볏짚-한우-퇴비-원예로 이어지는 농업의 자원순환 고리는 우리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지탱해 온 생태망입니다.
이 구조는 단지 생산 요소의 연계가 아닙니다. 바로 저탄소 농업의 핵심 경로입니다. 볏짚이 사료로 쓰이면서 조사료 수입을 줄이고, 퇴비로 전환되면서 화학비료 사용을 줄이며, 그 퇴비가 다시 작물로 흡수되어 탄소 순환을 실현하는 것입니다. 즉 외부 투입재 의존이 커지면, 탄소배출량도 오히려 증가하는 역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논은 단순한 식량 생산지가 아닙니다.
논은 수십 년 동안 저수지, 농수로, 경지정리 등 막대한 국가 예산으로 조성된 기반이며, 수자원 관리, 홍수 조절, 생물다양성 보전 등 다양한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 시대, 탄소 흡수 및 저장 기능을 갖춘 논을 줄이는 것은 자산을 스스로 버리는 셈입니다.
현재 논을 단순히 ‘남는 쌀의 원인’으로만 인식하여 이를 줄이려는 시도는, 농업을 수급관리 차원으로만 생각하는 지극히 단편적이고 위험한 시각입니다. 논은 쌀과 볏짚을 내고, 볏짚은 가축과 퇴비를 만들며, 이는 다시 농업 생산과 토양의 건강을 유지시킵니다. 이 모든 순환이 바로 탄소중립의 길이며, 지속가능한 미래의 토대인 것입니다.
농업은 하나의 생태계이며, 볏짚 하나를 줄이면 그 끝은 기후와 밥상까지 이어집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감산이 아닌 논과 볏짚을 중심으로 한 농업 순환과 탄소중립 전략입니다. 생태적 사고와 순환적 시야를 가진 농정이 바로, 미래로 가는 길입니다.
#새로운 접근: ‘순환농업법’ 또는 ‘농업자원기능법’이 필요합니다.
현 정부 역시도 ‘쌀’이라는 최종산물의 수급 균형에만 집착하고 있고, 내란 농꾸라지 장관이 꼬아 만들 정책의 끝은 결국 이러저러한 조건을 달아 여분의 쌀을 수매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면서도 어떡하든 벼 재배면적을 줄여야겠다는 목표는 계속될 것입니다.
이처럼 단일 농산물 문제해결의 관점에서만 접근하는 정책은, 결국 쌀이 만들어내는 볏짚-축산-퇴비-다른 작물 재배로 이어지는 생태적 흐름을 끊고, 결과적으로 국내 농업의 자립성과 순환구조, 나아가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도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제는 단순한 수급 조절을 넘어, 논을 중심으로 한 농업 순환경제 및 탄소중립 체계 구축을 법제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농정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시간입니다. 지금이라도 농업 생태계를 흐트러뜨리는 일명 ‘농꾸라지’와 공부만 잘한 관료들이 내놓은 대안을 검증해 보아야 합니다.
글. 조석현 농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