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업계에 따르면 올여름 이른 폭염이 이어지면서 정수기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달 1일부터 7일까지 전국 평균기온은 28.1도로,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7월 평균 폭염일수도 평년보다 많은 4.9일에 달했고 열대야 역시 서울 11일, 청주 12일 간 지속되는 체감 더위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실제 시장에서도 수요 증가가 감지된다. 코웨이의 올해 2분기 얼음정수기 판매량은 전 분기 대비 40%,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했다. 교원 웰스는 4월 신제품 출시 후 두 달간 정수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3% 늘었다.
이미 성숙기에 접어든 정수기 시장이지만, 최근엔 초소형 제품을 둘러싼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좁은 주방이나 협소한 공간에 설치할 수 있는 ‘가로폭’이 핵심 경쟁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1~2인 가구나 원룸 형태의 주거환경에서 공간 활용도를 극대화할 수 있어서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최근 출시되는 제품 상당수가 슬림한 사이즈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쿠쿠의 ‘인스퓨어 미니 100 초소형 정수기’는 폭 16.2㎝의 초슬림 사이즈로 공간 제약 없이 설치할 수 있다. 냉수·온수는 각각 4단계, 7단계로 정밀 조절이 가능하다. 최대 100도 끓인 물부터 약냉수(10·15·20도)까지 세분화된 온도 설정이 가능하며 물의 양도 10㎖ 단위 조절되는 등 작지만 고도화된 기능을 탑재했다.
공간 효율성과 성능을 모두 갖춘 제품도 주목받고 있다. SK매직의 ‘뉴슬림 플러스 정수기’는 폭 25.5㎝에 4.65ℓ의 대용량 출수 기능을 갖춰 사무실, 음식점 등 다중이용시설에서도 효율적인 사용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얼음정수기의 인기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상대적으로 렌탈료가 높은 얼음정수기는 기업 입장에서도 고수익 제품군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홈카페 수요 등으로 인해 얼음은 여름철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얼음정수기가 계절 가전을 넘어 연중 꾸준한 수요가 있는 고부가 제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하나의 제품이 얼음 제빙은 물론 온수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추면서 공간 효율성까지 높일 수 있는 점도 주요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코웨이는 이 같은 트렌드를 반영해, 얼음 저장 용량을 크게 확대한 ‘아이콘 얼음정수기 스탠다드’를 출시했다. 가정용 기준 최대 수준인 1.1㎏의 얼음 저장고를 탑재해 기존 대비 49%가량 용량을 늘렸다. 여기에 자체 개발한 ‘듀얼 쾌속 제빙 기술’을 적용해 약 12분마다 신선한 얼음을 만들고 하루 최대 600개의 얼음을 생성할 수 있다.
정수기의 본질인 물맛과 위생은 여전히 중요한 선택 기준이다. 최근엔 공간 조화나 컬러 취향까지 고려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인테리어 요소 역시 주요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교원웰스는 ‘슬림원’ 제품에 ‘3중 미네랄필터 시스템’을 적용해 미세플라스틱, 중금속 등을 99.9% 제거하면서도 칼슘, 마그네슘, 칼륨 등 인체에 유익한 미네랄은 유지한 건강한 물을 제공한다. 여기에 업계 최초로 ‘플러스 미네랄필터’를 더해 최근 ‘정수기 물맛 품평회’에서 최고 등급인 ‘그랑 골드상’을 수상하며 인정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정수기를 고르는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단순히 초소형이나 얼음 제공뿐만 아니라 물맛·색상·디자인 등 인테리어적 요소까지 중요해졌다”며 “과거 화이트 일색이었던 정수기 시장도 이제는 핑크·블루 등 다양한 컬러 라인업으로 확대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초기 얼음정수기는 부피가 커서 1~2인 가구가 꺼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초소형 경쟁으로 이러한 진입장벽도 낮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