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이어 EU도 관세 협상 매듭…‘D-4’ 韓 부담 더 커졌다

日 이어 EU도 관세 협상 매듭…‘D-4’ 韓 부담 더 커졌다

기사승인 2025-07-28 09:50:3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각국에 부과될 관세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에 이어 유럽연합(EU)도 미국과 관세 협상을 타결하면서 한국의 부담이 더욱 커졌다. 관세 부과 유예 시한인 8월1일까지 사실상 나흘 남은 가운데, 정부는 막판 협상에 총력전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2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영국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만난 후 당초 30%로 예고했던 EU의 상호관세를 15%로 부과하기로 하는 등 협상을 최종 타결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미국으로 수출되는 유럽산 제품에 대한 15%의 관세율은 자동차와 반도체 의약품을 포함한 대부분 분야에 적용된다고 밝혔다.

대신 EU는 7500억달러(약 1038조원)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와 막대한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구매하는 한편, 기존 투자 외에 6000억달러(약 830조원7000억원)를 추가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했다.

이날 타결된 미-EU간 무역합의는 지난 22일 발표된 미-일본간 무역협상 타결 내용과 유사하다. 앞서 일본은 당초 25%로 발표된, 미국으로 수입되는 일본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15%로 대폭 낮춰 적용하기로 했으며, 이 방안에는 일본의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도 포함됐다.

대신 미국산 제품은 일본에 수출할 때 관세가 없으며, 일본이 자동차 및 트럭, 쌀 등 일부 농산물 시장을 미국에 개방하기로 했다.

양국은 또 일본이 미국에 550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하고 미국 항공기 제조업체인 보잉 항공기 100대 구입,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가스관 건설 프로젝트를 위한 미일 조인트 벤처 설립 등도 합의했다.

결과적으로 일본과 EU는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대규모 대미(對美) 투자를 하는 조건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위협했던 관세율(일본 25%, EU 30%)을 크게 낮춘 셈이 됐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조차 무역 합의 타결 가능성을 절반으로 추측했던 EU도 미국과 협상을 타결하면서, 아직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한 주요국은 캐나다, 멕시코, 한국, 인도 등으로 좁혀졌다. 중국의 경우 내달 12일 종료되는 초고율 관세에 대한 부과 유예 시한을 일단 90일 추가 연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 면담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특히 일본과 EU가 현재 한국이 제시하고 있는 조건보다 훨씬 높은 조건으로 미국과 합의를 마무리하면서 우리에게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앞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한국에 40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요구했다는 현지 보도가 나온 가운데, 한국 정부는 ‘1000억달러+α(알파)’ 규모로 국내 대기업의 대미 투자 계획을 미 측에 제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미국이 요구한 규모는 물론, 일본과 EU가 각각 미국과 합의한 투자 규모와도 다소 차이가 있어 우리의 제안을 미국이 수용할지 미지수인 상태다. 다만 우리 정부가 내민 협상안 역시 국내 산업계와 더불어, 유력 협상 카드로 꼽혔던 농산물 시장 등을 보호하기 위한 최대의 조치라는 설명이다.

이 가운데, 우리 정부는 내달 1일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유예 시한까지 막판 협상에 총력전을 펼친다는 방침이다. 오는 31일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국 워싱턴DC에서 미국의 무역협상 ‘수장' 격인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최종 담판을 벌일 예정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도 비슷한 시기에 미국으로 건너와 카운터파트인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같은 날 만나 한미 간 무역협상을 측면 지원할 계획이다.

앞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주에 미국을 방문해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백악관 국가에너지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더그 버검 내무장관,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을 만나 협상을 벌인 바 있다.

김 장관과 여 본부장은 출장 기간을 연장해 지난 25일에는 뉴욕의 러트닉 장관 사저까지 찾아가 추가 협상을 하기도 했으며, 미국 현지에서 대통령실이 개최한 범정부 통상현안 긴급회의에 화상으로 참여해 대미 협상 전략을 논의하기도 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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