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안전 의식 개선과 신속·엄정한 수사를 약속했다. 즉시 이행 가능한 과제를 먼저 추진하고, 특별위원회를 운영해 ‘산재예방 5개년 계획’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여당도 발맞춰 입법·예산 등 종합대책이 현장에서 작동을 하도록 실질적인 지원을 하기로 했다. 이에 시행 3년에도 입법 취지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던 ‘중대재해처벌법’도 실효성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 정부, ‘노동안전 종합대책’ 발표…안전 예방 촉진 제재수단 도입
15일 정부는 관계부처합동으로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고용노동부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발표한 종합대책은 △소규모 사업장 안전 지원 확대 △도급 계약 시 원청의 안전 예방 의무 강화 △산재예방 주체의 노동자 권리 보장 △산업안전감독관 대폭 확충 △경제적 제재 부과 △사고 조사·수사 강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노동안전 예방 촉진을 위해 ‘제재 수단’을 도입하는 초강수를 뒀다. 중대재해 반복 발생 시 금전적 제재를 하거나 영업정지 대상을 확대하고 인허가 취소까지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예로 연간 3명 이상 사망사고 발생한 법인은 영업이익의 5% 이내, 하한액 30억원의 과징금을 도입한다. 정부는 사망자 수·발생 횟수에 따라 과징금을 차등 부과하며 과징금 심사위원회도 신설한다는 방침이다. 근 3년간 영업정지 처분을 2회 받은 건설사가 또 영업정지 사유가 발생하면 노동부 요청 시 등록말소를 가능하게 하는 규정도 신설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전체 2030년까지 임금근로자 1만 명당 사고사망자 수 비율인 ‘사고사망만인율’을 OECD 평균인 0.29%까지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중처법 3년, 73%는 ‘수사 중’…실효성 높일까
이처럼 강도 높은 대책을 시행하는 건 반복되는 산업현장의 사망사고를 뿌리 뽑기 위해서다. 실제로 지난 2022년 1월27일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지만, 3년이 지난 현재 실질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등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입법영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중처법 수사대상 사건 1252건 중 73%인 917건은 현재 ‘수사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위반 사건 상당수는 미해결 상태로 남아있다는 설명이다.
처벌 적절성에도 의문 부호가 달린다. 중처법 위반 사건 중 무죄비율은 10.7%였다. 일반 형사사건 무죄율이 3.1%인 것을 감안하면 중처법 무죄율은 일반 형사사건의 3배에 달한다. 집행유예율 또한 85.7%로 일반 형사(36.5%)의 2.3배였다. 47건의 징역형 유죄 형량 평균은 1년1개월로 집계됐다. 이마저도 42건은 집행유예 처분을 받았다.
이관후 국회 입법조사처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산재 발생기업들에게) 산재를 방치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매출액·이익 연동 벌금제, 재산 비례 벌금제, 사고 이력 가중 벌금제, 이익 환수용 과징금제, 산재보험에서 차등 보험률제 같은 것들을 적극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與 ‘산업재해 예방’ 가세…입법·예산 지원 가속화
정부의 종합대책에 맞춰 정치권도 산업재해 예방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여당인 민주당이 입법활동과 예산 지원 등을 공식적으로 발표하며 이번 노동안전 종합대책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민주당 산재예방TF,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관계부처 담당자 등을 만난 자리에서 “노동자의 안전은 어떤 가치보다 우선이다.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것은 민주당의 핵심 정책 과제다”라며 “산재예방TF를 중심으로 현장을 직접 방문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안전 관리 실태를 점검했다. 민주당은 입법·예산을 통해 이 대책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인 안호영 민주당 의원도 “안전을 위한 여러 대책이 있지만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 실질적인 적용”이라며 “작업 중지 권리 보장, 안전 장비 지원, 불법 하도급 근절, 엄격한 과징금·영업 정지 제재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법과 제도를 넘어 노동자가 출근해 무사히 퇴근할 수 있는 죽지 않는 일터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궁극적 목표”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다음달까지 현장 실태 조사 후 11월 다음해 6월까지 입법활동에 돌입하며 관련 과제를 발굴하고 입법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