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디야커피의 지난해 매출은 2420억원으로 전년(2756억원) 대비 12.2% 감소했다. 연 매출이 전년 대비 줄어든 것은 2023년에 이어 두 번째다. 영업이익은 97억원으로, 전년(82억원) 대비 18.3% 증가했지만, 100억원을 넘어섰던 2022년 이전 수준과 비교하면 여전히 회복세는 더디다.
커피 프랜차이즈 시장의 경쟁이 격화하고, 더 저렴한 커피를 내세운 중소 브랜드들이 빠르게 시장을 잠식하면서 이디야 성장에도 제동이 걸린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이디야는 내부 체질 개선을 위해 지난 1월 유통사업·SCM본부장을 지낸 조규동 신임 대표이사를 선임하고 문창기 회장과 함께 공동 대표 체제로 위기 돌파에 나섰다.
이디야가 선택한 반전 카드는 ‘해외 진출’이다. 국내 시장 포화와 수익성 악화 흐름 속에서 글로벌 시장 확대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실제 이디야의 유통 제품 수출 실적은 올해 2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133% 성장했다. 커피믹스, 스틱커피 등 36종의 제품을 영국,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 27개국에 수출하고 있으며, 기존 진출국에서도 유통 채널을 넓히는 중이다.
해외 오프라인 매장도 늘리고 있다. 괌 2호점은 개장을 앞두고 있고, 라오스 1호점도 올해 오픈을 목표로 막바지 준비 중이다. 매장 운영은 현지 파트너사와 함께하는 ‘마스터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추진돼 리스크를 줄이고 시장 적응력을 높였다.
이디야 관계자는 “동남아는 K-POP과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으로 평가되고 있다”며 “앞으로 캄보디아·미얀마 등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거점 확대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디야커피는 현지 파트너사의 시장 전문성과 자사 R&D 역량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국가별 소비자 취향에 부합하는 차별화된 맛과 품질의 제품을 제공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고, 중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해외 사업 기반을 구축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여전히 ‘착한 가격’ 전략을 고수 중이다. 이디야는 지난 2022년 12월 이후 커피 가격을 동결해왔다. 올해도 일부 아이스티 제품에만 300원을 인상했을 뿐 커피류 가격은 그대로다. 더벤티, 폴바셋, 커피빈 등 주요 커피 프랜차이즈가 원재료 가격 상상, 환율 부담 등으로 인해 줄줄이 가격을 올린 것과 대조된다.
이디야는 브랜드 고급화를 위한 실험에도 나서고 있다. 대표 매장에서는 4만원대 ‘커피 오마카세’ 코스를 제공하는 ‘커피 다이닝’ 콘셉트를 운영 중이다. 가성비 커피 브랜드에서 경험 중심 프리미엄 브랜드로의 확장을 모색하는 시도다. 다만 현재로선 일부 매장에 한정된 실험 단계로, 전국 확대를 위해서는 콘셉트 정립과 운영 비용 부담 등 해결 과제가 남아 있다.
특히 상생 경영 철학은 24년간의 이디야 성장을 지탱해온 핵심 자산이다. 창업 지원부터 법무·노무 자문, 광고비 전액 본사 부담 등 가맹점과의 동반 성장을 위한 정책을 꾸준히 이어왔다.
2016년부터는 가맹점주 자녀에게 장학금(1인당 200만원)을 지원하는 ‘가맹점주 캠퍼스 희망기금’ 제도를 운영 중이다. 올해 상반기까지 총 800명에게 약 16억원이 지급됐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에는 두 달 치 로열티를 전면 면제하기도 했다. 이러한 정책들은 단기적 실적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가맹점의 충성도, 재계약률 유지, 안정적 점포 수 확보로 이어지며 이디야의 내실을 다져왔다는 평가다.
이디야는 치열해진 커피 시장에서 실적 부진이라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확장과 프리미엄 실험, 상생 철학이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반등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해외 시장 안착과 브랜드 재정비가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창립 24주년을 맞은 이디야의 다음 행보에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