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는 그동안 수많은 슈퍼스타들과 함께했다. 해리 케인, 가레스 베일, 루카 모드리치 등이 토트넘에서 발자취를 남겼다. 하지만 그들 모두 팀을 정상으로 이끌지 못했고, 우승 도전을 위해 토트넘을 떠났다.
팀이 위기에 처할 때 이적을 택했던 앞선 이들과 달리 ‘월드클래스’ 손흥민은 전성기 내내 토트넘에 헌신했고, 결국 주장으로서 유로파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최정상에 선 손흥민은 이제 토트넘과 이별하며 다음 단계를 준비한다.
손흥민은 2일 서울 영등포구 IFC 더 포럼에서 열린 ‘2025 쿠팡플레이 시리즈’ 기자회견에서 “토트넘을 떠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10년간 이어온 소속팀 생활을 마무리하게 된 그는 “팀한테 하루도 빠짐없이 모든 걸 바쳤다. 유로파리그를 우승함으로써 제가 이룰 수 있는 것,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다 했다고 생각한 게 가장 컸다”고 이적 배경을 설명했다.
토트넘에서만 10년을 뛴 손흥민은 그사이 놀라운 업적을 달성했다. 2021~2022시즌 아시아 최초의 EPL 득점왕(23골)을 차지하는 등 공식전 454경기 173골 101도움을 올렸다. 토트넘 역사로 봐도 놀라운 기록이다. 손흥민은 토트넘 역대 최다 골 부문에서 해리 케인(뮌헨·280골), 지미 그리브스(268골), 보비 스미스(208골), 마친 치버스(174골)에 이어 5위에 자리했고, 출전 부분에선 8위에 이름을 올렸다.

손흥민은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EPL에서도 이달의 선수만 4차례(2016년 9월·2017년 4월·2020년 9월·2023년 9월) 선정되며 자신이 월드클래스임을 입증했다. 그는 EPL 역대 7번째로 8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면서 꾸준한 활약도 선보였다.
‘무관’에 그칠 수 있던 토트넘 커리어도 우승으로 끝맺었다. 영혼의 단짝이던 케인이 2022~2023시즌을 마지막으로 토트넘을 떠날 때, 전문가 대부분은 토트넘이 긴 부침을 겪을 거라 전망했다. 하지만 토트넘은 ‘주장’ 손흥민을 필두로 전열을 정비했고, 마침내 2024~2025 유로파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41년 만의 유럽축구연맹(UEFA) 주관 클럽 대항전 우승이었다. 팀 정신적 지주로 우뚝 선 손흥민도 유럽 진출 15시즌 만에 메이저 대회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손흥민은 이날 “영어도 못 하던 23세 어린아이가 남자가 돼서 떠난다”며 웃어 보였다. 놀라운 업적을 쌓으며 팀 레전드로 등극했기에 할 수 있던 말이었다. 토트넘과 아름다운 이별을 한 손흥민이 다음 도전에선 어떤 모습을 보일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