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39%의 관세를 통보받은 스위스가 보복 조치를 하지 않겠다며 미국에 추가 협상을 요청했다.
4일(현지시간) 스위스 정부는 미국의 39% 관세 확정 이후 긴급 내각 회의를 열었다고 밝혔다. 스위스 측은 오는 7일 관세가 실제 발효되기 전까지 관세 조정을 이끌어내기 위해 ‘더 매력적인 제안’을 내놓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트럼프 대통령은 스위스에 관세 39%를 매겼다. 이는 트럼프 정부가 세계 각국에 매긴 상호 관세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스위스는 당초 10%로 관세 인하를 예상하다가 기습적인 관세 폭탄을 맞았다.
미국은 스위스가 무역장벽 철폐를 위한 의미 있는 양보를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카린 켈레주터 대통령 겸 재무장관은 지난달 31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약 30분간 전화 통화를 진행했다. 통화 이후 관세율은 기존보다 8%p(포인트) 인상됐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켈레주터 대통령의 말투가 지나치게 설교적이었다며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스위스 정치권 일각에서는 F-35A 전투기 구매계약 취소 등 보복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러나 산업계는 고율관세를 피해 해외 이전을 저울질하고 있다.
스타벅스에 커피 머신을 공급하는 아드리안 슈타이너 써모플랜 최고경영자(CEO)는 “39% 관세로는 스위스에서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며 “미국 또는 유럽연합(EU)으로 생산시설을 옮기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 써모플랜의 북미 매출 비중은 30%에 달한다.
한편 올해 들어 스위스의 대미 금 수출 비중이 늘면서 무역수지가 왜곡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금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우려로 미국 내 금 수입이 급증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실제 스위스는 금 제련과 실물 거래 허브로 통한다. 올해 상반기 스위스에서 미국으로 수출된 금은 약 500t으로 390억달러(54조원)어치다. 스위스 공영방송 SRF는 “금을 제외하면 무역흑자가 절반 수준”이라며 “금 거래가 없었다면 미국의 무역적자가 줄고 스위스가 조금 덜 눈에 띄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