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 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로 인해 은행들이 대출금리 문턱을 높게 유지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예대금리차 확대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10일 은행연합회의 예대금리차 비교 공시에 따르면 6월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예대금리차(정책서민금융 대출 상품 제외)는 1.38%~1.51%로 5월(1.21%~1.45%)과 비교해 상하단 모두 큰 폭으로 올랐다. 특히 6월 신한은행(1.5%)과 하나은행(1.38%)의 예대금리차는 은행연합회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22년 7월 이후 역대 두 번째로 컸다. KB국민은행(1.44%)과 우리은행(1.37%)의 6월 가계 예대금리차도 역대 세 번째로 크게 나타났다.
예대금리차는 은행이 돈을 빌려주고 받는 금리와 예금자에게 지급하는 금리 간 격차로, 은행 이자수익과 직결된다. 통상 금리 인하기에는 시장금리 하락에 따라 대출금리가 먼저 내려가고 예대금리차도 좁혀진다. 하지만 최근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은행들이 대출금리 인하에는 소극적인 반면 예금금리는 빠르게 내리면서다. 예금에는 낮은 이자를, 대출에는 높은 이자를 적용하며 이자 수익을 극대화하는 구조다. 서민 입장에선 부담이 여전한 상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기준 예금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2.57%로, 1년 전(3.54%)보다 0.97%p 떨어졌다. 시중은행 예금상품은 1%대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일부 지방은행은 이미 1%대 초저금리 상품을 출시한 상태다.
반면 대출금리는 여전히 연 4%대에 머물러 있다. 상반기 수도권 집값이 오르자 가계대출이 다시 급증했고, 금융당국은 대출 총량 관리 강화를 주문했다. 이후 주담대를 중심으로 금리가 다시 오르기 시작하면서 예대금리차도 벌어졌다.
이 같은 흐름은 쉽게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6월27일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등 강도 높은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내놓으면서, 하반기 대출 총량을 기존의 50%로 줄이겠다고 예고했다. 은행들은 대출 조이기에 동참한다는 명분으로 대출금리를 당분간 높게 유지할 가능성이 커졌다. 은행권은 당장 주담대 모집인 경로를 축소하고, 조건부 전세대출 상품 판매를 중단하는 등 대출 빗장을 조이고 있다. 일부 은행은 가산금리는 유지하거나 인상해 대출금리 인하 속도를 늦추고 있다.
은행권 내부에선 하반기에도 대출금리를 낮추기 쉽지 않다는 분위기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가계부채 관리 강화가 시급해진 상황에서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내리긴 어려울 것”이라며 “하반기 신규 가계대출 공급액 또한 크게 감소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예대금리차가 소폭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높아진 가산금리를 계속 유지하게 됐고 지표금리까지 오르자 예대금리차가 더 벌어진 것”이라며 “가계대출을 타이트하게 관리하면서 금리까지 낮추라는 건 모순”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