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유화학 불황 장기화에 따라 전사적 차원의 리밸런싱(사업구조 재편)을 단행하고 있는 LG화학이 자구 노력에 따른 성과를 점차 거두고 있는 모습이다. 석화, 에스테틱은 물론, 북미 배터리 사업 세액공제 유지를 위해 중국 지분 매각까지 검토하며 체질 개선에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LG화학은 지난 7일 발표한 실적 공시를 통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 11조4177억원, 영업이익 4768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6.7%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21.5% 증가했으며, 전 분기 대비로도 매출이 5.8%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8.9% 증가했다.
석화업계가 지속 불황을 겪으면서 2분기 석화부문에서 영업손실 904억원을 기록했지만, 첨단소재부문에서 영업이익 709억원, LG에너지솔루션(배터리)이 영업이익 4922억원을 기록하며 이를 상쇄했다는 분석이다.
중국산 저가 범용제품의 공급 과잉으로 시작된 석화업계의 불황은 미국 관세 정책,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따른 통상환경 악화로 수년째 지속되고 있다. 이에 LG화학 등 주요 석화기업은 범용설비의 가동 중단 및 매각, 고부가가치(스페셜티) 제품 양산 등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 당장의 적자를 메우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LG화학 역시 고부가 제품으로의 체질 개선과 더불어 전사적 차원의 비핵심 자산 매각을 지속하고 있다. 최근 기초소재 사업 중 하나인 비스페놀A(BPA) 사업부 매각을 위해 삼정KPMG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잠재적 매수자 탐색 등 사전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LG화학의 BPA 사업부는 국내 생산능력 1위(연간 50만톤 이상)로, 연 매출 1조6000억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매각가격은 약 1조5000억원에서 2조원 사이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4월에는 ‘알짜’ 사업으로 꼽히는 수처리필터(워터솔루션) 부문을 국내 사모펀드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에 약 1조4000억원에 매각했다. 지난해 청주공장 증설 과정에서 5년 내 워터솔루션 사업 규모를 2배 확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으나, 본업인 석화 부문과 신성장동력인 배터리 부문에 집중하기 위해 내린 결정으로 풀이된다. 이어 이달에는 생명과학사업본부 내 에스테틱 사업을 사모펀드 VIC파트너스에 2000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LG화학의 체질 개선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차동석 LG화학 사장(CFO, 최고재무책임자)은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LG엔솔 보유 지분(약 82%)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전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자원으로 보고 있다”며 “LG엔솔 보유 지분을 포함해 다른 자산을 적기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미 배터리 시장 확대를 위해 중국 기업과 합작 설립한 구미 양극재 공장의 지분율을 낮추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미국은 IRA(인플레이션감축법) 45X 조항을 강화해 배터리 및 핵심광물 공급망에 있어 미국 정부가 지정한 우려 국가(중국·러시아 등)의 기업이 지분 25% 이상을 보유하거나 실질적인 통제권을 행사하는 경우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에서 제외하고 있다.
LG화학은 중국 1위 코발트 정련기업 화유코발트와 합작법인인 구미 양극재 공장을 준공해 가동하면서 북미로 수출해 왔는데, 향후 구미공장이 관련 세액공제에서 제외될 가능성에 대비한 선제적 조치로 풀이된다. 구미공장의 지분은 LG화학 51%, 화유코발트 자회사 B&M 49%로 구성돼 있다.
다만 체질 개선의 핵심은 결국 본업에 달려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023년부터 매각설이 제기돼온 여수 NCC(나프타분해설비) 2공장의 딜은 불황 속에 지연돼 있는 상황이다. 그 사이 대산과 여수 스티렌모노머(SM) 공장이 가동을 중단했고, 대산 에틸렌글리콜(EG) 생산라인과 나주 알코올 생산라인 등도 멈췄다.
차동석 사장은 “향후에도 선제적인 사업 및 자산 효율화, 고성장·고수익 사업 중심의 포트폴리오 재편, 첨단소재 부문의 고객 다변화를 통한 유의미한 물량 성장, 차별화된 기술력 바탕의 미래 수요 확보 등을 통해 견조한 중장기 성장성을 유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